한 남자의 운명적인 일탈 여행을 그린 <리스본행 야간 열차>를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주며 전 세대 관객층의 사랑을 받았던 빌 어거스트 감독의 신작 <사일런트 하트>가 11월 개봉을 확정했다.

<사일런트 하트>는 병으로 몸이 쇠약해진 엄마와의 특별한 이별을 준비하기 위해 모인 한 가족의 주말을 담은 영화로, 소원했던 가족 구성원들이 그 동안 숨겨왔던 진심과 감춰온 비밀을 밝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제4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정복자 펠레>, 제45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최선의 의도>로 두 차례나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거장 빌 어거스트 감독의 신작으로, 감독은 전작들을 통해 보여준 삶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사일런트 하트>를 통해서도 유감없이 발휘하며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빌 어거스트 감독은 고요하고 행복하게 흘러가는 가족의 일상 속 잠재되어 있는 긴장감과 갈등을 통해 감정선의 흐름을 진중한 시선으로 포착해냈고, 이에 "아름다운 비주얼, 현실에 대한 섬세한 포착이 담긴 작품"(Variety), "감정적 극단을 다룬 블랙 코미디, 비극보단 희극에 가깝다"(Hollywood reporter),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Screen daily), "이보다 좋은 캐스팅은 없다! 심금을 울린다"(Eye For Film), "세련되게 만들어진 힘있는 가족 드라마"(An Online Universe) 등 영화의 연출력과 캐스팅에 대한 극찬이 잇따랐다.

유럽 최고의 거장 빌 어거스트 감독의 연출력,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완성한 웰메이드 가족드라마 <사일런트 하트>는 11월 개봉한다. (2015.10.13)

코리아필름 편집부

한 남자가 예기치 못한 일탈 여행을 경험하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로 국내 관객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은 빌 어거스트 감독. 덴마크 출신의 빌 어거스트 감독 은 <정복자 펠레>(1987)와 <최선의 의도>(1992)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2회 수상한 명실공히 유럽 최고의 거장 감독 중 한 명이다.

빌 어거스트 감독은 전작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이끌어가 관객들로 하여금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연출 스타일로 정평이 나있다. 내일이면 영 영 그 온기를 느끼지 못할 엄마와의 이별 이야기인 <사일런트 하트>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족의 존재 와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는 집이라는 한정 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단조로운 형태를 띠지만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부여된 역할과 상황들을 통 해 긴장감 가득한 전개로 감독 특유의 흡입력 있는 연출을 확인할 수 있다. 가족이 함께 대마초를 나 눠 피며 속내를 털어놓는 에피소드, 엄마를 위한 ‘미리 크리스마스 파티’, 엄마와 아빠의 은밀한 비밀 등의 장치를 통해 극의 긴장을 유지하며 98분 러닝타임 동안 계속해 다음 장면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또한 영화는 ‘엄마와의 이별’이라는 보편적 소재를 빌어 ‘쉽지 않은 선택’에 대한 질문을 관객들 에게 던지며, 우리네 이야기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긴 여운을 남긴다.

빌어거스트 감독은 “<사일런트 하트>는 가족 관계에 대한 영화로, 가족과 함께 있는 이 시간을 어떻 게 보낼 것인지, 무엇이 의미 있는 시간인지를 생각하기를 바란다”며 연출의도를 밝힌 바 있다. 영화 속의 이야기가 스크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로 공감하고 색 다른 경험을 하길 바라는 감독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시대를 초월하여 영화, 음악, 소설 등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의 영원한 뮤즈인 ‘엄마’. 셀 수 없이 많 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엄마 캐릭터는 극의 중심을 이끄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일런트 하트 >는 삶에 있어 가장 중대한 결정의 순간에 놓인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나와 나의 엄마, 나의 가족의 모습을 대입해보게 하며 그 어떤 영화보다 강한 공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부모님의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아이에게 엄마는 생에 처음 몸과 마음으로 사랑을 가르쳐준 존재이 자 아이의 첫사랑이다. 나의 현재를 선물해 준, 내 삶의 이유를 알려준 엄마가 시간이 흘러 몸이 쇠약 해져 이번 주말을 끝으로 영원한 이별을 고한다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영화는 어떠한 답 을 강요하지 않고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떠나보낼 수도 붙잡을 수도 없는 딸 들의 복잡한 심경을 카메라에 담담하게 비춘다. 의젓한 첫째 딸 하이디는 고심 끝에 내린 엄마의 결 정을 받아들이고 아픈 노모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둘째 딸 산느는 말한다. “난 아직 못해 본 게 너무 많아. 엄마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 꿈이 뭐였는지도 몰라. 엄마한테 배워야 할 게 많아”라고. 영원할 것 같은 엄마의 예견된 죽음은 딸들의 가슴 속 미련과 후회의 감정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엄 마는 다르다. 엄마이기 이전에 한 인격체인 에스더는 온전한 자신으로, 나와 가족을 위한 최선의 이 별을 선택한다. 관객들은 죽음을 결정하기까지 수차례 고민을 했을 에스더, 혹은 엄마를 보낼 수 없 는 두 딸 중 한 캐릭터에 감정 이입을 하며 모녀 각자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감정이 가득한 영화지만 슬프게만 다루고 싶진 않았다”라고 밝힌 빌 어거스트 감독 의 연출 의도를 그대로 반영하듯이 영화는 엄마와의 이별을 통속적인 슬픔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죽 음은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어. 언제 신나는 일이 벌어질지 그것만 생각해” 라는 에스더의 대사처럼 영화는 ‘미리 크리스마스’ 파티나 저녁 만찬 장면을 통해 슬프지만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인물들 또한 그러하다. 산느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이 순간을 담담히 받아 들이려 한다. 엄마의 심장소리가 고요해질수록 엄마와의 기억도 희미해질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 <사일런트 하트>에서도 추측할 수 있듯 엄마는 딸 하이디와 산느 눈 앞에 보이지 않을 뿐, 가족들의 가슴에는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 처음 속하는 가장 작은 집단인 가족은 평생에 걸쳐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다. 엄마와의 예고된 이별을 준비하는 두 딸의 가슴 시린 마지막 주말 여행 <사일런트 하트>는 극중 가족 구성원들의 이해관계와 사고방식의 차이를 통해 사랑의 다양한 측면과 여러 갈등을 보여준다. 엄마 에스더는 남편에게 사랑 받는 아내이자 자식들에게는 사랑을 베푸는 엄마로서 일생을 살다 마 지막 순간만큼은 오롯이 자신의 선택을 강행한다. 의사인 아빠 폴은 극의 흐름 내내 아내의 결정을 존중하는 자상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보이지만, 극의 후반부 아내의 친구 리즈베스와 오해를 불러일 으키는 관계가 그려져 관객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결혼 15년차 첫째 딸 하이디는 부모님에 대해 무한 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아버지와 리즈베스의 관계를 알게 된 후 그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막내 딸 산느는 오랜 기간 우울증을 겪은 불안정한 정신상태에 걸핏하면 떠나버리는 남자친구와 위태로운 연 애 중이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버팀목인 엄마가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산느는 필사적으로 엄마의 선택에 저항한다.

영화 속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각자 자신의 감정에 가장 충실한 결정을 한다.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틀어졌던 관계는 마지막 주말을 함께 보내면서 서서히 회복된다. 감독은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선으로 이들의 관계를 관찰하듯 포착해낸다. 빌 어거스트 감독은 “<사일런트 하트> 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영화가 죽음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가족 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의 작품은 항상 관계에 초점을 맞춰왔다. 완벽한 시나리오와 연기를 추구하 기 보다는 관객들이 작품 속에 자신을 대입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실제로 그 안에 있다고 느 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라고 밝혔고, 관객들은 이에 답하듯 영화 속 네 명의 가족 중 한 사 람이 되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가 끝나고 찾아오는 더욱 묵직한 감동은 이들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이 바로 내게도 다가올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일런트 하트>를 관통하는 주제를 꼽아보라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마지막을 어떻게 보낼 것 인가라는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루게릭 병에 걸려 점점 모든 근육을 사용하지 못해 식물인간 상태로 인공호흡기에 도움을 받으며 하루 하루 목숨을 연명할 것인가, 아니면 움직이고 사고할 수 있을 때 죽음을 스스로 받아들일 것인가.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 게 하는 행위인 존엄사는 윤리적, 종교적, 법적, 의학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킨 전세계적 ‘뜨거 운 감자’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존엄사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09년 소극적 안락사를 처음 인정한 판례가 나와 큰 화제가 됐었다.

질병의 호전을 포기한 상태에서 현 상태만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연명치료 행위는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고통만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의사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함부로 생명 연장 장치를 끊었다간 자칫 살인행위가 될 수도 있다. 201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자 노인의 삶 과 죽음을 그리며 국내에도 뜨거운 이슈를 낳았던 영화 <아무르>에선 치매에 걸린 아내의 목숨을 남 편이 거두어주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일런트 하트>는 존엄사에 대해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이며 더 깊이 들어가 인간의 품위란 무엇인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던져준다. 나아가 남아있는 가족들이 환자 스스로 선택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방 법을 제시해준다. 영화 속 엄마 에스더는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몇 개월 전부터 가족들과의 오랜 대화 끝에 존엄사를 이해시킨다. 에스더가 선택한 죽음은 단순히 심장이 멎는 순간의 문제이기보다 살아온 시간, 그 세월 속에 맺은 세상 모든 것과 의미 있게 작별하는 예식과도 같은 것이다.

빌 어거스트 감독은 “덴마크에서도 큰 논쟁거리인 존엄사는 한 개인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죽음은 선택할 수 없다는 역설을 품고 있다. 현대 의학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더 오래 살 수 있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고통스런 병을 수반한 채 살아가야만 할지도 모른다. 이 문제는 논 의되어야 될 중요한 쟁점이며 나는 관객들이 이것에 대해 진중히 생각해 해보기를 바란다”라며 <사 일런트 하트>에서 존엄사를 중요한 소재로 다룬 의도를 밝혔다.

이처럼 빌 어거스트 감독의 죽음에 대한 통찰이 녹아있는 <사일런트 하트>는 존엄사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번 수상한 몇 안 되는 전설 적인 감독 중 한 명인 빌 어거스트. 칸뿐만 아니라 아 카데미 등 각종 영화제에서 다양한 상을 석권하며 화 려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의 거장이다. 우리나 라에선 작년 국내 개봉 후 많은 사랑을 받은 <리스본 행 야간열차>(2014)의 감독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는 그 외에도 영화계에 큰 획을 그은 굵직한 작품들을 낳은 명감독이다. 1987년 작 <정복자 펠레> 로 89년 아카데미 외국영화상과 칸영화제 황금종려 상을 수상했으며, 1992년 <최선의 의도>로 다시 한 번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며 전세계 영화 팬들과 평단의 주목을 받는 연출가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