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인생 아빠와 불치병 딸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중견 박광수 감독과 톱스타 박신양의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영화 <눈부신 날에>는 2002년 온 국민이 열광했던 월드컵을 배경으로 전망 좋은 항구도시 저편, 버려진 공터의 쓰레가 더미에 홀로 세워진 컨테이너에 살며 야바위판에서 망을 보는 사기·폭행 전과3범의 삼류인생 우종대(박신양 분)에게 어느 날 갑자기 사회복지사 선영(예지원 분)이 찾아와 입양 가기 전 꼭 아빠를 만나고 싶다는 7살짜리 딸, 준(서신애 분)이 데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입양비를 받는 조건으로 받아준 종대가 아이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사랑에 눈을 뜨게 되고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린다. 또한 둘의 관계가 드러나는 결말을 통해 단순히 ‘혈연’이라는 고리에 묶여 있는 가족들이 나눌 수 있는 것보다 조금 더 넓은 차원의 사랑과 관계의 순수성을 얘기한다.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버려진 아빠와 딸의 눈물겨운 사랑이라는 뻔한 이야기가 월드컵이라는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펼쳐져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월드컵 경기 후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인파에 갇혀 차 안에서 숨을 거두는 딸과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종대와 사회복지사 선영의 모습이 그것. 한결 가벼워졌지만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박광수 감독의 비판적인 시선은 여전한 셈이다. 자신의 아픔을 홀로 견뎌내며 자신을 귀찮게 여기는 아빠와 같이 지내려는 아이와 응원 인파에 갇혀 죽어 가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는 종대의 모습은 애처로움을 불러일으키며, 시력을 잃어 가는 종대를 위해 자신의 눈을 기증한 딸의 사랑을 큰 감동을 선사한다. 또 종대와 준의 진짜 관계가 밝혀지는 결말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끔 하며 잔잔한 여운을 안겨준다. 젠틀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밑바닥 인생을 살며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양아치 ‘우종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박신양과 천진난만한 표정과 자연스러운 연기로 딸 '준'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아역배우 서신애의 연기 앙상블이 돋보인다. 후반부 종대와 준이 2002년 한일월드컵 독일과의 4강전에서 멋지게 골을 넣는 장면의 판타지도 나름 귀엽다. 하지만 인물과 상황은 다소 작위적인 느낌이며 감동을 주기 위한 결말 역시 작위적인 신파로 다가온다. 예지원의 오버하는 연기와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이경영과 이정섭의 등장도 눈에 거슬린다.

영화 <눈부신 날에>는 15세 관람가로 4월 19일 개봉한다.

2007.4.10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