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성이 갇힌 '한국적 무협'의 한계

할리우드 최초로 <반지의 제왕>을 제작한 ‘뉴라인 시네마’가 투자 및 해외배급에 참여, 제작 초기부터 주목을 받아온 영화 <무영검>은 발해 민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여자 무사 ‘홍라녀(紅羅女)’의 전설과 발해의 마지막 왕자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926년 발해의 멸망 위기, 마지막 왕자 대정현(이서진 분)를 비호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발해 최고의 여자무사 연소하(윤소이 분)가 펼치는 숨막히는 대결과 여정을 그린 서사액션물이다.

어릴 때 정쟁(廷爭)에 휘말려 궁에서 쫓겨난 뒤 오직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14년간 중원에서 홀로 살아왔던 대정현은 발해의 재건을 위해, 자신을 모시러 연소하와 어쩔 수 없이 발해로 동행을 한다. 하지만 가문의 복수와 자신의 야심을 위해 발해를 등진 후, 동란국의 힘을 빌어 대정현을 암살하고 발해의 옛 땅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려는 거란 반란군의 두목 '군화평'(신현준 분)과 그의 심복인 매영옥(이기용 분)이 그들을 쫓기 시작하고 비딱한 대정현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 그들과 맞서 싸우는 연소하와 민병들의 처참한 죽음을 보고 자신의 존재이유를 깨닫기 시작한다.

남자 주인공이 중심이 되었던 기존 한국 무협영화와 달리, 여자무사가 주축이 되어 더욱 역동적인 액션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중국 현지에서의 고생한 스텝들과 배우들의 땀이 녹아있긴 하지만 단조로운 이야기 전개구성과 캐릭터간의 갈등이 평면적이어서 극적 긴장감이 떨어진다. 또, 대정현이 심적 변화를 겪으면서 숨겨진 검술이 드러난다는 설정은 극중에서 효과적으로 표현해되지 못해, 나약하게만 보였던 그가 초반부터 하늘을 날라 다니고 뛰어난 검술 솜씨를 보이는 것은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특히 기존의 중국 무협영화의 액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빠르고 거친 액션에 중점을 뒀다는 감독의 말과는 달리 영화 속 액션은 멋과 무게만 잡을 뿐 경직되어 있다. 또, 중국의 광활한 자연을 잘 활용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적 무협'에 대한 도전보다는 단지 세계 시장을 겨냥한 보편적인 스토리와 액션이 국내 관객들에게 얼마만큼의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이다.

영화 <무영검>은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을 통해 오는 11월 18일 개봉된다.

2005.11.14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