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러운 '서울'...

이럴 때 글을 쓴다는 사실은 당혹스럽다.
항상 모든 영화에는 의미가 있고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믿지만..
이런 기본적인 믿음마져 흔들리게 만드는 영화도 있다.
한일합작영화라...
차라리 얼마전 공중파를 탔던 한일합작드라마 [FRIENDS]가 더욱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당혹스러운 [서울]...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 영화의 감독이 일본사람이라는 것이다. 한국사람이 이렇게 어설픈 영화를 감히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면 참으로 서글펐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사람이 뭘 잘 모르고 찍었다고 위안을 삼아보자.

오랜만에 스크린을 점령하는 최민수는 이 영화에서 말 그대로 완전히 스타일 구겨진다.
예전의 그런 최민수의 카리스마 넘치는 억양과 행동은 영화의 채울 수 없는 가벼움으로 인해서 웃음거리로 전락해 버리고 일본 주인공은 'FAKE'라는 단어하나로 위기에 빠진 서울을 어렵지 않게 구해낸다.

참을 수 없는 시나리오의 허술함과 한국에 대한 무성의한 인식이 한일합작영화라는 새로운 날개 짓을 퍼덕임 한번 재대로 못하고 봉인시키는 꼴을 만들지도 모르겠다.

이런 글을 쓴다는 것 자체도 무척이나 당혹스럽지만 영화는 더욱 힘드니 스스로 위안을 삼아본다. 그리고 돌아서는 마지막에 하나의 의미라도 찾아보고 싶지만...아쉽게도 없다.

코리아필름 정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