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화두'

"그간 행자 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몸놀림과 상원스님의 몸놀림은 판이하게 달랐다. 절도와 힘, 꼼꼼함이 일정한 리듬으로 작동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비질과 걸레질은 단순히 깨끗함만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상원스님의 동작에는 주제가 있고 요점이 있으며 법칙이 있었다. " <도반>의 원정스님

<달마야, 서울가자>에서 스님의 동작을 살펴보자. 유품을 전할 목적으로 무심사에 가지만 '서울'의 건달들과 함께 그들의 문화를 잘 적응해나간다. <달마야 놀자>에서 행했던 '물 속에서 오래 숨 참기' 같은 순진한 게임보다는 훌라후프 오래 돌리기, 노래방 점수 많이 올리기, 폭탄주 오래 마시기 등 도시 실정에 맞는 게임으로 건달에게 이겨서 로또 당첨을 풍자하고 불교의 화두만 던진다. 법칙은 어떤 게임에도 물러나지 않고 받아들어 건달과 화합을 하자는 원칙을 고수한다.

그렇다면, <달마야, 서울가자>는 왜 스님의 모습과 건달의 모습이 똑같아 보일까? 육상효 감독은 전편의 달마 시리즈의 메가폰을 따라하고자 릴레이 경주에 치중하는 봐가 크다. 영화 달마 시리즈는 '화두'를 던지는 영화이다. <달마야, 놀자>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이다. <달마야, 서울가자>는 쏟아진 염주알 손 안대고 담기이다. 여기서 화두는 불교에서 참선하는 이에게 도를 깨치기 하기 위하여 내는 문제이다. <달마야 놀자>는 스님이 아닌 건달 재규(박신양)에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재미와 교훈적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달마야, 서울가자>는 서울에 오게 되는 청명스님(정진영)이 도시의 노보살에게 이야기만 들을 뿐이다. 이 화두는 청명스님 혼자만 영화 끝까지 가져가고, 로또를 통해 깨닫게 된다.

건달들이 주축을 이루었던 1편과 달리 후속편은 스님들에게 초점이 돌아온다. 관건은 스님 캐릭터의 설정이다. 영화의 성패가 스님 캐릭터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기본 성격은 그대로 따르면서 색다른 변화가 찾아온다. 그 부분에 있어서 일종의 모험도 감행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묵언 수행을 하는 대봉 스님이다. 말 많고 어수선한 이문식이라는 배우의 입을 잠금으로써, 주변의 우려와 달리 그의 풍부한 표정이 살아났다.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된 사실을 알고도 표현하지 못하는 이문식의 온몸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평가할 만하다.

코리아필름 조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