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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의 도시버전…… <범죄의 재구성>
잘
만든 범죄사기극, <범죄의 재구성>
치밀한 현장구성, 탄탄한 시나리오, 생생한 캐릭터, 놀라운 연출… <범죄의 재구성>은 보기
드물게 완성도 높은 잘 만든 영화(well made Film)다. 자카르타 등 비슷한 류의 범죄사기극와
구별되는 품격이 있다.
“사기는 테이블에 앉는 순간 게임이 끝나는 지상 최고의 심리전이다. 나는 이런 사기란 소재를
가지고 한국적인 '서스펜스' 가득한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다양하고 생생한 캐릭터와 촘촘한 스토리에서
주는 긴장감과 유머를 줄 수 있는 영화가 바로 <범죄의 재구성>이 될 것이다. ” (최동훈 감독)
<범죄의 재구성>은 감독의 말대로 바로 그런 영화다.
행복한 영화보기, <범죄의 재구성>
그런 의미에서 감독은 자기 의도의 영상화에 성공한 셈이다. 이렇게 잘 만든 영화를 보면 관객들은
행복해진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복기하는 ‘영화의 재구성’ 역시 즐겁다. 제목에서 주는 긴장감
때문에 퍼즐 맞추기(범죄 재구성)하듯 장면 장면을 놓치지 않고 보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보다
빠른 전개, 현란한 카메라워크, 빛나는 시나리오는 관객을 집중하게 하는 강력한 카리스마였다.
<범죄의 재구성>은 막판 반전에 승부 걸지 않는다.
감독은 한 스텝 정도 앞서 있을 뿐 사건의 실마리를 사전에 제공하고 있다. 열심히 본 관객이면
최창혁이 죽지 않았을 거라는 것, 형이라면서 화면에 얼쩡거리는 최창호가 바로 그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이어서 감독은 그렇다고 말한다. 4명의 공범자를 하나하나 물 먹이는 제보자,
알 수 없는 여자목소리에 대한 비밀도 끝까지 가져가지 않는다. 순순히 보여준다.
<범죄의 재구성> 이렇게 보면 더 재미있다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재구성한다는 측면에서 <범죄의 재구성>은 <유주얼 서스펙스>와
유사하고, 헐리우드 영화에서 흔한 소재이기도 하다. 그러니 형식도 아주 특별할 건 없다는 소리다.
그러니 반전이 시시하다고, 구성이 진부하다고 비판할 필요 없다. <범죄의 재구성>은 반전에 반전,
속고 속이는 구성이 아니라, 조각난 사건들이 재구성되어 어떻게 하나의 완벽한 그림을 이루는가를
보는 재미에 있다.
또한 햇빛 속에서 날카로운 유리조각 처럼 사건의 조각들을 갈고 닦는 솜씨와 그 솜씨가 빚어내는
장면 장면들이 오히려 압권이다. 그런 의미에서 <범죄의 재구성>은 캐릭터와 잘 짜여진 플릇이
주는 현장성에 승부를 걸만하다. 이 퍼즐 맞추기와 살아있는 현장이 주는 즐거움에 동의하는 사람은
즐거울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볼 이유가 없을 것이다.
<살인의 추억>의 도시버전…. <범죄의 재구성>
96년 실제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 이외에도 <범죄의 재구성>은 화성 연쇄살인을 모티브로
한 <살인의 추억>과 닮아 있다. 마치 <살인의 추억>의 도시버전을 보는 듯하다. 잘 만든 영화가
가진 공통점에서 그러하고, 특정한 스토리라인이나 반전을 염두에 두지 않고 현장성(리얼리티)을
무기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그러나 잘 만든 영화 <범죄의 재구성>을 <살인의 추억>과 같은 반열에 놓을 수 없는 데에는 <범죄의
재구성>에는 대중의 보편적인 정서가 보이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감독 스스로 ‘사기심리극을
제대로 담아내는 것’ 이상을 의도하지 않았으므로 한계라고 말할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범죄의
재구성>을 강추하는 사람으로 말한다.
코리아필름 객원기자 류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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