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르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수많은 연애소설이 그러하듯 영화도 그다지 세련되거나 참신하지는 않다.
다만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설렘처럼 조금은 어수룩하고 조금은 아름답다.

영화의 흐름에서 중반까지 유지되던 절제는 후반에 접어들면서 나름대로의 반전과 그에 대한 넘치도록 친절한 설명으로 '절제'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어느새 '과잉'이라는 단어로 대체되어버린다. 물론 설명이라는 부분은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이를 영화전체에 걸쳐서 조금씩 묻어나게 했다면 후반에 가서 이토록 많은 시간을 설명에 할애해야하는 경우는 없었을 것이다. 이는 괜찮은 반전으로 보일 수 있는 후반의 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멜로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반전에 대한 강박증으로까지 비춰지게 만든다.

그리고 첫사랑에 대한 감독의 관점은 순수함 혹은 촌스러움으로 귀결되었는지, 주인공들의 행동에서는 세련됨보다는 지극히 색 바랜 연애소설의 한 페이지처럼 촌스러움에 가깝다. 꽃향기를 맡으면서 등장하는 수인(손예진)이나, 지환(차태현)을 숨어서 보면서 즐거워하는 수인과 경희(이은주)의 모습, 영화대사를 읊조리며 생각에 젖는 장면, 생일파티에서 아이처럼 노래하는 수인 등은 촌스러움의 표본을 보여주듯 간지러운 웃음을 자아낸다. 세련되지 않았기에 첫사랑에 가까울 수는 있겠지만, 감독의 이러한 관점은 영화를 현실에서 본 듯한 사랑의 이야기보다는, 오히려 소설과 순정만화 속의 첫사랑처럼 혹은 흑백영화의 사랑이야기처럼 현실과 조금은 떨어지게 만드는 화학작용을 일으키곤 한다.

이렇듯 영화전반에 걸쳐서 어수룩한 모습들이 노출되기는 하지만 이를 단점이라고 꼬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조금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미덕 때문이다. 현실성이 조금은 떨어지는 촌스러움이 있는 영화이지만, 이는 현실성과의 거리감이라는 단점과는 상대적으로 세련되지 않은 멋이 선사하는 편안한 즐거움이 있다는 점이고 나아가서 감각적이고 현란한 영상에 주력하는 많은 영화들과는 차별성이 확실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사랑이야기를 세 주인공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포커스를 두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집중력을 떨어트리고 산만함을 가져다주기는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그 무엇이라는 '일반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인공과 주위의 사람들 모두 사랑에 빠져있다는 사실과 이 사실이 산만하기보다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는 것은 영화의 캐릭터들이 살아있다는 반증이고, 이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기도 하다.

특히 수인과 경희의 캐릭터는 지환이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남자'가 원하는 두 가지(깨질 듯한 순수와 지극히 편안한 왈가닥)의 이상형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수인과 경희의 관계가 그려내는 드라마는 적잖게 위험하고 매력적이다. 둘은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질투하는 우정과 사랑(물론 동성애라는 표현은 적절하지는 않지만)은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만약 영화가 수인과 경희라는 캐릭터에 좀더 깊숙이 다가섰다면 색다른 멜로영화가 등장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영화의 색깔자체가 변하겠지만 말이다.

어수룩함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연애소설]은 정말로 색 바랜 연애소설을 닮았다. 다행인 것은 한번은 읽어도 손해날 것 없는 소설과 닮았다는 사실이다.

코리아필름 정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