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약과 음악만이 존재하는 멜로의 한계

영화 <로망스>는 이혼 후 삶의 희망 없이 살아가고 있는 형사, 형준(조재현 분)과 부와 권력을 가진 남자의 아내로 생에 대한 의지를 잃은 채 식물처럼 살아가고 있던 여자, 윤희(김지수 분)가 만나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의 정통 멜로물로, 강직하고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오히려 세상에서 소외되고 아내로부터 버림받은 후 거칠게 살고 있는 형사 형준은 어느 날 남편에게 맞아 경찰서에 온 윤희를 처음 보고 삶을 포기한 채 길을 차도를 걷던 그녀를 사고로부터 구해낸다. 한편, 남편의 과도한 집착과 광적인 사랑으로 인해 이젠 숨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워진 윤희는 우연히 아들을 그리워하며 울고 있는 형준의 모습을 보고 그가 떨어뜨린 곰인형을 가져다준다. 그렇게 다시 만난 그들은 알 수 없는 동질감과 연민을 느끼고 운명적인 사랑으로 커져간다. 하지만 그들의 만남을 눈치챈 윤희의 남편은 그들의 사랑에 대한 분노와 질투와 빠져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음모를 감행하고 형준과 윤희는 피할 수 없는 위험에 처하게 되고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정통 멜로를 표방하는 만큼 영화는, 전형적인 멜로영화의 공식에 충실하다. 절망 속에 사는 한 남자가 자신과 같은 유부녀를 만나 운명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빠진다는 전형적인 설정은 처음부터 비극적인 운명을 예상되며 장르 영화의 익숙한 이야기 전개구조를 따른다. 또한, 두 배우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해 영화 속에 투영했다. 조재현은 강렬한 눈빛과 결연한 의지로 헌신적인 사랑을 가슴 아프게 그려냄으로써 ‘조재현식 멜로’를 유감없이 보여주었고, 김지수 역시 <여자, 정혜>에 이어 고혹적인 아름다움과 슬픈 눈빛, 여린 모습 안에 강한 용기를 간직한 윤희를 놀랄 만큼 정확히 그려냈다. 하지만 개연성 없는 이야기 전개와 비극적인 결말을 위한 작위적인 설정으로 인해 공감대를 떨어뜨린다. 또, 인물들의 억제된 감정과 폭발을 세밀하게 담아내기 보다는 영상과 음악에 치우친 것도 흠이다.

영화 <로망스>는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을 통해 오는 3월 16일 개봉된다. 18세 관람가.

2006.03.13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