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화해를 배우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배창호 감독의 세 번째 독립영화 <길>은 1950년대와 1970년대를 배경으로 시골장터를 떠돌며 생활하는 대장장이 태석(배창호 분)이 우연히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러 내려온 웬수 같은 친구의 딸, 진영(강기화 분)을 만나 그녀의 집까지 함께 동행하면서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친구를 용서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과거의 상처로 인해 20년이나 장터를 떠돌며 무거운 모루를 자신의 고통처럼 짊어지고 살아가는 태석과 자신의 버린 아버지와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진영이 함께 동행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드러내고 아픔을 용서와 화해로 보듬는 과정을 우리 산천의 아름다운 풍광과 길 위에서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전형적인 로드무비 형식에다 특별한 이야기나 기교가 없지만 감독이 직접 자신의 삶과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된 인물을 연기함으로써 영화의 진정성을 더한다.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영상과 함께 배창호 감독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이며 황톳길, 뻘길, 산길, 오소길 등 아름다운 길 등도 볼만하다. 가족과 재회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의 엔딩도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무엇보다 1980년대 풍미했던 배창호 감독의 새영화를 늦게나마 만날 수 있게됐다는 기쁨과 더불어 그의 연기까지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배창호 감독의 세 번째 독립영화 <길>은 스폰지 배급을 통해 오는 11월 2일 개봉되며 스폰지하우스(시네코아), 광주 광주극장, 대구 동성아트홀 등에서 상영된다.

2006.10.24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