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와닿지 못한 '역도산'의 거친 숨결

영화 <역도산>은 전후 일본으로 건너간 프로 레슬링으로 일본의 국민적 영웅이 된 역도산(본명 김신락)의 치열했던 삶을 차분한 시선으로 다룬 작품. 차안 피 흘리는 설경구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일본인의 영웅이 된 역도산의 젊은 시절 고난과 처절했던 삶을 순차적으로 그려낸다. 프로레슬링으로 전후 일본인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며 영웅이 되지만 어쩔 수 없는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는 역도산은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된다.

감독은 액션을 절제한 체 드라마에 힘을 쏟고 ‘영웅 역도산’이 아닌 ‘인간 역도산’의 모습을 끄집어낸다. 모든 것을 버려가며 최고가 되려는 한 남자의 처절함에 초점을 맞추고 그 안의 격동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왜 그렇게 최고가 되기 위해 조국과 가족과 이름 모두를 버려야했는지에 대한 부분은 잘 드러나지 않고 있고 주변인물과의 관계 속에서의 역도산의 모습보다는 역도산 한 인물에 너무 많은 초점을 맞춘 탓인지 휴머니티가 살아나지 못한다. 이에 역도산의 거친 숨결이 현재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만다. 특히 평이하고 순차적인 내러티브 구조는 극의 갈등을 미약하게 만들어 긴장감을 떨어뜨려 2시간 넘는 긴 상영시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게끔 한다. 단, <박하사탕>에 이어 설경구의 카리스마 넘치는 감정연기와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은 칭찬할만하다. 또한, 실제를 방불케 하는 프로레슬링 경기도 볼거리.

<범죄의 재구성> <말죽거리 잔혹사> <살인의 추억> <지구를 지켜라> 등을 제작한 싸이더스픽쳐스의 30번째 작품 <역도산>은 CJ엔터테인먼트 배급으로 350여개 스크린을 통해 12월 15일 개봉된다.

2004.12.06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