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이블]은 [파이날판타지]나 [툼레이더]처럼 게임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이다. 레지던트 이블(미국 출시명) 혹은 바이오 하자드(일본 출시명)로 불리는 이 게임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 시리즈를 방불케 하는데 [모탈컴뱃][이벤트호라이즌][솔져]등을 연출한 폴 앤더슨 감독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고 호러적인 게임의 성향을 조금은 비껴가서 액션스릴러에 영화의 비중을 두었다. 마치 [에이리언2]가 전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SF액션스릴러로 승부를 낸 것처럼 말이다.

영화는 크게 두 가지의 구조로 나뉘는데 전반부에서는 폐쇄공간에서 펼쳐지는 슈퍼시스템 '레드퀸'과의 위험한 조우이고, 후반부는 서로 믿기 어려운 인물들이 뭉쳐서 좀비들의 무차별 공격에서 탈출하는 상황이다. [큐브]와 [에이리언2]가 결합된 구조처럼 영화는 전형적인 액션스릴러의 스타일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터미네이터]와 [에이리언]시리즈처럼, 밀라 요보비치는 [제5원소]와 [잔다르크]에 이어서 '여성전사'에 안착하고 그 역할은 '시고니위버' 정도는 아니지만 다분히 매력적이다.

영화는 요소요소 배치된 잔인함과 끊이지 않는 액션으로 재미하나는 확실히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관객을 놀라게 하려고 작정한 듯 음악과 영상은 하나로 뭉쳐서 시종일관 날카롭게 객석을 찔러댄다. 과용된 음악과 영상이 좀 지나치기는 하지만 [레지던트 이블]을 마음껏 즐기기에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여타 할리우드 영화처럼 마지막장면은 속편을 예고하는데, 이 예상대로 이미 폴 앤더슨 감독은 속편제작을 발표했다.

사실 영화의 스토리는 게임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으로, 게임이 나오게된 배경을 설명해주는 프리퀄에 가까운데 이것이 오히려 탁월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게임의 이야기로 영화를 풀었다면, 영화는 시종일관 게임에 비교되면서 그 기대치를 만족시키기는 무척이나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레지던트 이블]은 영화의 마지막장면이 게임의 시작이고, 제작될 속편이 본격적인 게임의 세계를 그리게 되는 것이다.

거장들이 그리는 폐쇄공간에 대한 집요한 공포나 몇몇 좀비영화들이 담아내던 사회에 대한 풍자는 이 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즐길 마음만 있다면 이 영화는 훌륭한 오락영화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코리아필름 정조웅 기자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눈을 떠라!
눈을 뜬 순간 공포는 다시 시작된다!

지하의 거대한 유전자 연구소 '하이브'에서 어느날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유출된다. 연구소를 통제하는 슈퍼 컴퓨터 레드퀸은 연구소를 완전히 봉쇄하여 모든 직원들을 죽이고 인간에게 대항하기 시작한다.

레드퀸과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파견된 특공대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시간뿐. 3시간안에 레드 퀸을 제압하지 않으면......전세계는 삽시간에 파멸하고 만다. 이제 전세계의 운명을 걸고 슈퍼 컴퓨터 레드퀸과의 숨막힐 듯한 두뇌게임이 시작된다.

그러나 미로같은 '하이브'에서 끊임없이 쥐여오는 레드퀸의 존재..... 여기에 끊임없이 다가오는 의외의 적 undead들. 과연 앨리스와 특공대는 3시간 안에 그들을 집요하게 노리는 undead와 레드퀸을 제압하고 전세계의 위기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특공대가 슈퍼 컴퓨터 '레드퀸'과 대결을 벌이는 장소는 지하 비밀 연구소 '하이브'와 그 연결 지하통로. 아무도 모르는 지하 깊숙한 곳에 숨겨진 비밀 연구소 '하이브'는 불투명한 미래의 음울한 기운이 가득 찬, 서늘하면서도 음산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에 적합한 곳을 찾기 위해 제작진들은 라트비아에서 우크라이나까지 유럽 곳곳을 다닌 끝에 오래된 핵실험실을 찾았다. 그러나 그들이 고생하여 찾은 핵 실험실은 너무나 많은 세트 장식이 필요한 까닭에 지하 실험실의 모습을 참고하여 런던에서 세트장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창 건설 중이던 베를린에 있는 라이히스타그 지하철역을 발견했다. 라이히스타그 지하철역은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분열되었던 동·서 베를린이 화합의 차원으로 지하철 구간을 정비하고 있던 곳이었다. 2004년에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될 이 불완전의 지하철역은 마치 <레지던트 이블>를 위해 맞춤세트로 준비해놓은 듯 했다. 베를린의 지하철역은 그 분위기나 품고 있는 의미에서 '하이브'로 들어가는 지하입구로서 적절할 뿐만 아니라 영화의 전체적인 디자인과도 딱 맞아떨어지는 퍼펙트한 촬영지였다.

영화의 전체적인 Look을 차가운 미케틱함으로 정의한 촬영감독 데이비드 존슨은 <레지던트 이블>에 소름 끼칠 정도로 고립된 느낌을 고스란히 조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따라서 어두운 복도는 그림자 하나 안 생길 정도로 캄캄하게 처리해서 완벽한 고립감을 나타내었고, 눈이 부실만큼의 화사한 조명과 디자인의 완벽한 조화라고 할 수 있는 레드퀸의 통로에서 레이저 입방체가 등장하는 장면은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부터 명확히 상상해 놓고 계산하여 촬영하였다. <레즈던트 이블>이 장면마다 완벽한 조명과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데이비드 의 완벽주의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거울에 굴절된 백색 광선이 파란 레이저 광선과 대조되어 비치는 통로로 연출은 선명한 색채와 세밀한 연출로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레이저에 관통되는 느낌마저 준다. 한편, 레드로 상징되는 '밀라 요보비치'와 레드퀸을 제외하고는 이들 주위를 대부분 그린 혹은 블루의 비비드한 색감으로 표현하였는데, 매우 세련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연출은 그만의 독특한 영상세계를 구현케 하였다.

전체 디자인을 맡은 리차드 브리지란드은 <리차드3세>로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된 바 있는 주목받는 디자이너. 그는 이번 <레지던트 이블>을 위해 특별히 선과 공간을 중시하는 일본 건축을 참고하였다. 그리하여 그가 디자인한 <레지던트 이블>의 세트는 유리와 강철의 특수 재료로 질감이 살아나고, 구조적이며 미학적인 디자인이 살아있다. 그는 <레지던트 이블>에서 어두운 코너로 들어가고, 그 위에는 볼 수 없는 흐릿한 공간이 있는 비디오 게임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세트의 구조를 미로처럼 만들었다. 몇 개의 통로는 캄캄하면서 직선으로 뻗어있는데, 유리와 거울을 사용해서 착시현상을 일으키도록 하여 방향 감각을 잃은 듯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 또한, 가까이 보여질 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사용, 저택에 있는 오래된 시계판에 그려진 앨리스의 모습과 레드퀸의 계산칩이 체스판 모양을 하고있는 것 등 많은 부분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참조하였다. 리차드 브리지란드의 치밀한 계산으로 이루어진 전체적인 디자인은 <레지던트 이블>의 스릴과 액션을 만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전체적인 디자인과 더불어 의상 디자인까지 겸한 리차드 브리지란드. 그는 몽환적이면서 사이버틱한 이중적인 영화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했다. 특히, 기억상실증에 시달리며 몽환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여주인공 '밀라 요보비치'의 의상에서는 원색의 색감과 함께 최신 유행의 트렌드를 반영했다. 그녀의 강하지만 부드러운 상반된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서 올해 패션 시즌 최고의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는 쉬폰소재의 하늘거리는 비대칭 디자인의 드레스와 가죽 부츠를 이용하였다. <레지던트 이블>에서 '밀라 요보비치'가 입고 종횡무진 화면을 누볐던 럭셔리한 빨간 쉬폰 드레스는 그녀의 관능적인 매력을 잘 살렸고 터프한 발차기를 선보일 때 눈길을 사로잡던 심플한 롱부츠는 그녀의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강인함과 섹시함이 함께 어우러진 '밀라 요보비치'의 의상은 그녀의 매력을 120% 발산할 기회가 되었다. 리차드 브리지란드는 '밀라 요보비치'외에도 '미셀 로드리게즈'를 포함한 특공대원들 각각에게 각각의 캐릭터를 살린 배낭이 달린 검은 유니폼을 디자인하였다. '미셀 로드리게즈'를 포함한 특공대원들의 의상은 지금까지 여타의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단순한 밀리터리 룩이 아닌 개개인의 특성을 충분히 살린 의상으로서 <레지던트 이블>의 모던하고 사이버틱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릴 수 있었다.

<레지던트 이블>에서 놓칠 수 없는 또 하나의 매력은 하드코어, 테크노, 데쓰메탈 등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강렬하고 격렬한 비트의 헤비메탈 사운드 트랙. 락계의 이단아 마릴린 맨슨을 필두로 슬립 낫, 코울 챔버, 피어 팩토리, 크리스탈 메소드, 램스테인 등 인더스트리얼계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석했고, 여기에 <미믹><스크림1,2,3>의 음악으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마르코 벨트라미까지 가세해 주옥같은 프로젝트 음반이 완성되었다. 강렬하고 특색있는 음악을 원했던 제작진은 앨범 출시때 마다 논쟁을 몰고 다니는 마릴린 맨슨에게 어덜트 컨템포러리를 의뢰했는데, 은 영화 <레지던트 이블>의 분위기를 대표하는 곡으로 공격적이고 헤비한 사운드를 띠고 있으면서도 멜로디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곡. 무엇보다 "Fight! Fight! Fight!"를 외치는 마릴린 맨슨의 절규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영화가 끝나고 엔딩 타이틀 위로 울리는 슬립 낫의 도 기억할 만하다. 더위를 날려 버릴 시원한 액션 시퀀스들과 귀를 멍하게 하는 하드코어 음율은 가슴 속 스트레스까지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