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한(恨)'과 서양 '판타지'의 밋밋한 결합

영화 <레드아이>는 16년 전 원인 모를 대형사고를 당한 유령열차가 현재의 열차에 서서히 '빙의'된다는 전제로, 각자의 사연을 갖고 열차에 탑승한 현재의 사람들과 뜻하지 않은 사고로 죽은 혼령들이 서로 뒤섞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사고열차의 기관사였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가지고 있는 열차판매원 미선(장신영 분)이 사고로 죽은 혼령들과 마주치면서 유령열차에 숨겨진 비밀과 유령승객들의 사연을 알게되고 혼령 또한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되면서 한(恨)을 풀게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는 공포의 대상인 원혼에 각각의 사연과 감정을 담아 슬픔을 끄집어낸다. 죽은 원혼을 달래준다는 동양의 ‘한(恨)’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양식 ‘판타지’에 대입한 것은 특이할만하다. 하지만 현실승객과 유령승객들의 잇는 연결고리는 허술하게 짜여져 있으며 각 등장인물간의 유기적인 연관관계와 역할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현재와 과거, 현실승객과 유령승객이 교차되면서 겪게되는 인물들의 공포와 반응은 너무나도 상투적이며 점층적으로 전개되지도 못해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려 공포영화의 묘미를 반감시킨다. 이밖에도 연기자들의 단조로운 표정과 밋밋한 연기 그리고 어색한 CG도 흠이다.

한편, 예고편 심의에서 영상물 등급위원회로부터 '너무 자극적이다'라는 판정을 받고 심의가 반려되었던 문제의 장면-죽은 승무원이 열차 바닥의 피 구덩이에서 나오는 장면-은 마치 <링>과 <주온>을 섞어놓은 듯한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태창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청어람이 배급하는 <레드아이>는 오는 2월 18일 개봉한다. 한편, 영화의 제목 ‘레드아이’는 위험한 상황의 경고 신호를 가리키는 붉은 점멸등을 일컫는 용어로, 영화에서는 내릴 수도 멈출 수도 없는 폭주 기관차의 폐쇄적인 공포를 드러내는 상징적 의미로 쓰인다.

2005.2.03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