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적인 두 남자의 일상과 환상의 모호한 응시

영화 <가능한 변화들>은 오랜 친구인 30대 남자 문호(정찬 분)와 종규(김유석 분)의 각기 다른 하룻밤의 연애담을 1부와 2부로 나뉘어 구성한 작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를 꿈꾸는 유부남 문호는 채팅으로 만난 여자와 하룻밤 사랑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리를 저는 연구원 종규 역시 애인이 있지만 이미 검사의 아내가 된 대학 시절의 첫사랑 수현을 잊지 못하고 10년 만에 그녀를 만나 호텔로 향한다.

영화는 속물적이고 위선적인 두 남자의 일상과 환상을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담담하게 응시하면서도 생생하게 포착해낸다. 지식인의 위선과 허영, 속물근성을 비꼬는 영화로도 보이고 한편, 변화 없는 일상으로부터 일탈을 갈망하는 몸부림으로도 보인다. 일상과 환상을 차가운 블루 톤과 미묘한 분위기의 레드 톤으로 펼쳐 보이는 영화적 스타일은 독특하다. 특히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차츰 불분명해지면서 영화의 종반 비극을 맞는 종규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영화는 욕망과 허탈만 있을 뿐 그 이후의 변화를 담아내진 못하고 있다.

무비넷의 창립작품 <가능한 변화들>은 자체 배급으로, 씨네큐브와 용산 CGV 등 예술영화전용관을 중심으로 오는 3월 18일 개봉한다.

2005.3.02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