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색한 실험성을 만나다.

어느 관광지의 해변에 하얀 이발소 건물이 허름하게 서있다. 조용한 성격의 수(김인권)와 퀵서비스 배달원 원영(조은숙)이 그곳에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아침, 이들에게 수의 어릴 적 친구인 떠돌이 병호(김정현)가 예고 없이 찾아 든다. 수의 눈빛은 그를 반기고 있지 않지만 병호는 어느 새 이발소 옥상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병호에게 호기심을 느끼는 원영, 병호가 놀려대는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이 너무도 싫은 수, 그리고 원영에게 욕정을 품은 병호, 이렇게 세 사람이 함께 살면서 어두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플라스틱 트리. 언뜻 보면 진짜보다 더 싱싱한 그 녹색빛에 현혹되지만 결국 그 나무가 플라스틱임을 깨닫는 순간 어쩐지 김이 빠져 버린다. <플라스틱 트리>에서 수와 원영은 현실이 플라스틱 트리에 불과했음을 깨닫는 아픈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것은 이미 세상과의 끈을 잃어버린 듯한, 어쩌면 플라스틱 트리를 꽤나 많이 겪어온 듯 한 병호의 등장을 통해 시작된다. 원영은 병호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는 그저 병호와 바다로 한번 나가보고 싶어 안달이 난다. 병호를 만나기 이전 그녀의 삶은 이제 길고 지겨워진 머리카락을 자르듯 잘라 내버리고 싶은 일상이 돼버렸다. 원영의 마음을 잃어버린 수는 원영과의 낭만적인 환상을 붙잡아 보려고 어찌할 도리가 없다. 결국 어릴 적 상처 속에 웅크리고 있는 자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는 결국에는 마치 또 다른 병호라도 되어 버린 듯 세상을 향해 무작정 길을 떠나게 된다.

이 비극적인 이야기는 유럽의 자본을 끌어낼 만큼 의미심장한 시나리오를 갖춘 시도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플라스틱 트리>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감독은 무리하게 건조한 분위기 연출을 시도했지만 그 의도한 바를 이루지 못한 듯 어색한 장면들이 종종 눈에 띈다. 이 영화가 이성에는 호소하지만 감성으로부터의 동감까지 이끌어 내지 못하는 이유는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어색한 거리감에 있다. 그래서 인지 배우들의 연기 또한 어딘지 과장되면서도 갑갑하게 느껴진다. 특히 수와 병호를 오가며 영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원영이라는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있지 못한 점이 이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자신을 강간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여자의 몸으로 궂은 일을 하는 가엾은, 그리고 동료들의 끈질긴 조롱을 늘 눌러 참다가 단박에 발악하듯이 폭발하는 여인, 원영. 그녀의 캐릭터는 지적이고 건조한 영화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신파적인 느낌을 준다.

코리아필름 객원기자 김지희

멜로와 스릴러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영화 <플라스틱 트리>는 외딴 바닷가에서 이발소를 하고 있는 수(김인권 분)와 동거녀 원형(조은숙 분)의 단조로운 일상에 갑자기 수의 친구 병호(김정현 분)가 찾아오면서 기묘한 상관관계가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의 아픈 상처를 가진 수와 현실 속에 갇힌 원형이 병호를 인해 그들이 일상의 균형이 깨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본적인 멜로 구조 틀에서 스릴러적인 요소를 가미해 풀어가고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의 과정이 억지스러우며 멜로와 스릴러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해 산만하게 느껴진다. 특히 삼각관계 사이에서의 묘한 감정을 끌어내지 못한 배우들의 밋밋한 연기와 중간 중간 삽입된 생뚱맞은 효과음은 극의 흐름을 깨며 집중도를 떨어뜨리게 한다. 흥행은 다소 비관적이다.

한편 영화 <플라스틱 트리>는 100% 해외자본으로(프랑스) 만들어진 최초의 한국영화로 제작단계부터 주목을 받은 바 있으며 지난 전주국제영화제(2003)와 프랑스 도빌아시영화제 초청되어 상영되기도 했다.

영화 <플라스틱 트리>는 무비즈 엔터테인먼트 배급망을 통해 오는 8월 29일 개봉한다.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