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로 인해 상처받은 연인을 위한 진혼곡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대한민국 국보급 작가 황석영과 <바람난 가족><그때 그 사람들> 등 논란의 영화들을 만들어온 문제적 감독 임상수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영화 <오래된 정원>은 한국근대사의 격동기인 80년대가 배경으로 그 시대의 아픔을 관통하며 살았던 두 남녀의 삶과 애절한 사랑을 담담하게 그린다.

80년대 군부독재에 반대하다가 젊음을 온통 감옥에서 보낸 현우가 16년 8개월만에 출소해 그 동안 한번도 만날 수 없었던 연인 윤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갈뫼를 찾아가 그녀가 남긴 일기와 그림을 보면서 자신과 과거와 그들의 6개월간의 짧은 사랑을 회상하며 자신과 화해하고 달라진 세상을 살아나갈 힘을 얻는다는 것이 이야기의 골자.

‘80년대에 바치는 진혼곡’이라 칭한 황석영 작가의 말처럼, 영화는 힘든 세상을 외면한 채 혼자만 행복한 것이 죄스러웠던 자기만 행복하면 나쁜 놈이 됐던 그 시대로 인해 사랑조차 마음껏 할 수 없었던 이들에 대한 진혼곡으로 읽혀진다. 또한, 당시의 시대상을 리얼하게 그려냄으로써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게끔 한다. 사회를 바라보는 임상수 감독의 특유의 냉소적인 시선은 여전하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운 그들의 삶과 사랑에 위로와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뻔한 신파에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임상수 감독의 특유의 사실적인 인물설정과 분위기로 묘한 매력을 자아낸다. 엔딩에서 흘러나오는 ‘사노라면’이라는 노래가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지만, 그들이 만나자말자 사랑을 나누고 사랑을 빠지게 되는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그들의 애절한 사랑과 아픔을 공감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두 배우의 물오른 연기와 호흡은 칭찬할 만하다.

시대로 인해 상처받은 연인을 위한 진혼곡 <오래된 정원>은 2007년 1월 4일 개봉한다. 임상수 감독의 영화로는 처음으로 12세 관람가를 받았다.

2006.12.18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