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세게 운 없는 왕따 고딩의 '방과후 옥상'행 탈출기

봉태규가 데뷔 후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 <방과후 옥상>은 로또 1등 당첨의 확률만큼이나 억세게 운 없고 이로 인해 왕따까지 당하는 희대의 불운아 남궁달(봉태규 분)이 전학간 학교에서 첫날부터 학교짱을 건드려 '방과후 옥상에서 보자!'는 청천벽력 통보를 받은 뒤, 어떻게든 이를 피해보기 위해 벌이는 눈물겨운 고군분투기를 코믹하게 그린다. 1년간 왕따탈출 클리닉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전학과 함께 새 삶을 시작하려 하려던 남궁달은 전학 첫날부터 학교짱(하석진 분)을 건드리는 난감한 사고를 치고, 7교시가 끝나면 '끌려올라가 실려내려온다'는 공포의 장소 '옥상'으로 데드맨 워킹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친구 마연성(김태현 분)과 함께 어떻게든 이를 피해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보지만 일은 점점 더 꼬여만 간다. 한편, 예전 학교에서 남궁달을 괴롭혔던 싸움짱이 남궁달에게 용서를 구하며 맞는 사건이 발생하고 소문이 이상하게 퍼지면서 남궁달의 상황은 급반전되고 급기야 ‘왕클(왕따 클럽)’의 영웅이 된다. 결국 남궁달은 재구편에 서게되면서 원하던 방과후 옥상을 면하지만 예전의 자신처럼 괴롭히는 당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재구에게 '옥상에서 보자'고 말한다.

"깨질게 뻔하다고 도망치는 인생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그럴 줄 알면서도 부딪쳐서 처절하게 깨져보는 인생을 선택할 것인지, 그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남궁달의 하루"라고 설명하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초·중반 어떻게든 방과후 옥상행을 피하려는 남궁달의 처절한 몸부림에 초점을 맞췄다가 후반 자신의 비겁함을 깨닫고 용기를 내어 당당히 맞서는 남궁달의 달라진 모습을 그려낸다. 억세게 운 없는데다가 왕따인 남궁달이 학교짱을 물리친다는 내용이 조금은 과장스럽지만 이를 만화적 상상력으로 썩 매끄럽게 풀어낸다. 또,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과 하루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도 다양한 에피소드와 독특한 캐릭터들을 통해 웃음을 이끌어낸다. 여기에 개성 넘치는 주·조연 배우들의 고른 호연이 더해져 웃음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감독의 재기발랄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들도 엿보인다.

단편 < for the Peace of all mankind >와 <순간접착제>로 유수의 영화제를 통해 인정받은 역량 있는 신인 김석훈 감독의 데뷔작 <방과후 옥상>은 시네마서비스의 배급을 통해 오는 3월 16일 개봉된다.

2006.03.02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