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공허한 삶과 사랑의 비극

영화 <얼굴없는 미녀>는 아내를 잃은 아픈 상처를 가진 정신과 의사 석원(김태우 분)이 과거 사랑의 곪은 상처를 인해 경계성 성격장애를 앓고 있는 지수(김혜수 분)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죽은 아내와 지수 사이에서 혼란을 겪은 뒤 점점 지수에게 빠져들면서 위험하고 치명적인 사랑을 하게 되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에 맞게 된다는 내용으로, 상실감에 허덕이는 세 남녀의 공허한 욕망과 허망한 집착 그리고 그에 인해 비뚤어진 사랑과 비극을 통해 의사 소통부재 속에서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이기적인 사랑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 각기 다른 여자를 통해 자신의 공허한 욕망을 채우려는 석원과 민석이 결국 하나로 이어지면서 반복되는 현대인들의 공허한 삶과 사랑의 비극을 끌어낸다.

정신병원이라 기묘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두 남녀의 위험한 사랑이야기가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가는 지수의 몽환적인 시선과 죄의식으로 인해 서서히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석원의 환각에 따라 전개되면서 복잡하고 미스터리한 구조를 띄게 한다.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는 인물들의 감정을 절제된 대사와 왜곡된 앵글 그리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영상과 음악으로 묘사한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반면 혼란을 겪게되는 인물들의 감정변화를 보다 디테일하게 잡아내고 있지 못해 인물들간의 관계와 갈등이 느슨해져버려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또한, 과잉된 이야기의 압축과 생략, 그리고 현실과는 다소 떨어진 영화적인 설정과 인물에게서는 오는 거리감과 괴리감으로 인해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무난하지만 강렬하지 못한 배우들의 연기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편, 강도 높은 노출로 관심을 모은 김혜수는 극중 과거의 연인이었던 장서와의 배드신과 석원과의 정사신에서 자신의 육감적인 가슴을 물론 몸 전체를 드러내는 올 누드의 과감한 연기를 펼쳤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제작한 아이필름의 두 번째 작품 <얼굴없는 미녀>는 CJ엔터테인먼트와 아이러브시네마의 공동배급으로 8월 6일 개봉된다.

2004.07.28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