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없이 유쾌한...'

[묻지마 패밀리]는 단편 세 개가 하나로 엮인 옴니버스 구성의 영화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옴니버스의 성격처럼 공통의 주제나 소재로 이루어진 영화는 아니지만,
웃음의 추구라는 점만은 동일하다. 세 편 각각 다른 느낌의 웃음을 제공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서로 닮아있다. 배우들도 편마다 각기 다른 배역으로 연이어 등장하고, 웃음이라는 교감은 다르지만 동시에 같다.

[내나이키]에서는 지난 추억에 젖어드는 미소 닮은 웃음을 선사하고, [사방에적]은 다양한 인물군상들의 뒤엉키는 그 순간을 짓궂은 웃음으로 풀어내고, [교회누나]에서는 아련한 사랑의 아픔을 진한 웃음으로 담아낸다.

정재영, 신하균, 류승범, 임원희 등의 릴레이 연기는 유쾌하기 그지없고, 웃음 또한 말초적인 성격이 아닌 절묘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독창적이고 개연성 있는 웃음으로 맛깔스럽게 빛을 발한다.

[사방에적]을 연출한 박상원 감독은 사회문제를 캐릭터에 담고 싶었다는 다소 진지한 포부를 밝혔지만...우스꽝스러운 캐릭터와 엉켜만가는 상황들은 너무 재미에 앞서서 사회문제라는 포부와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주성치'처럼 몸으로 일구어내는 슬로우 모션 연기에서 그 누가 사회문제라는 둔탁함을 끄집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나이키]는 박광현 감독의 바램처럼 예뻤던 시절이 예쁘게 담아졌고, [교회누나]또한 이현종 감독이 바라는 대로 기분 좋은 소품으로 빚어졌다.

어렵고 실험적일 것이라는, 다소 한정된 소수들만의 전유물이라는 단편에 대한 선입견을 넘을 수만 있다면...이 영화는 한정되지 않은 다수에게 더없이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로 받아들여질 것이 분명하다.

코리아필름 정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