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치를 보면서 생각했었다...왜 한국에선 이토록 재기 발랄한 영화는 나오지 않는 것일까...
하지만 이젠 이 질문을 지워야할 때가 온 것 같다.
바로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가 이런 갈증을 말끔히 해소시켜주기 때문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류승완 감독은
'펄프느와르'장르라고 스스로 칭한 영화를 들고 돌아온 것이다.
영화는 재기 발랄한 시나리오와 다양한 연기자들을 이끌고 폼나게 질주한다.
재미와 스타일, 거기다 극적인 짜임새까지 두루 갖추고...
다분히 펄프적인 냄새를 진동하면서 막힘 없이 빠르게 내달린다.
짧게 말해서 <피도 눈물도 없이>는 완성도와 재미를 겸비한 오락수작이라는 것이다.

물론 강탈영화의 재미를 극대화시킨 가이리치 감독의 [스내치]와 너무나 닮아있지만,
류승완 감독은 자기화, 한국화에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다.
[스내치]와 쌍둥이라고 누군가 딴지를 걸지는 몰라도 한번만 생각해보면 안다. 이런 한국영화는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 곳곳에 많은 기존의 영화들이 떠오르지만
류승완 감독은 재활용을 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어디서 본듯하고 동시에 생소한 옷차림의 <피도 눈물도 없이>는 한번은 봐도 손해가 없을 듯한 괜찮은 우리영화다.

다만 하나 아쉬움을 꼬집자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처럼 '가슴'으로 전해지는 여운은 없다는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처럼 삼류들의 뒤엉킨 삶을 그리지만,
여기에는 '가슴' 대신 스피드와 스타일만이 화면을 점령한다는 것이다.
'가슴'까지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류승완 감독...다음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코리아필름 명예기자 정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