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즐겨라...

때로는 생각 없이 봐야하는 영화들이 있다.
영화에 해부용 메스를 들이대려는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냥 즐겨야하는 영화들 말이다.

[4발가락]도 이런 영화들의 최고지점에 위치한 영화로서, 4발가락처럼 일반적이지 않고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인간들의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그냥 즐거워하면 되는 것이다.
소재자체도 근래에 하나의 조류처럼 편승하는 '조폭'에 관한 얘기로, 적당한 액션과 과잉의 웃음장치가 매설된 유쾌한(?) 영화라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이 영화를 치부하기엔 노력의 흔적들이 눈에 띄는데...
이 영화는 기승전결의 일반적 형식을 거부하고, 상황이 우선 되는 '에피소드' 나열의 구성으로 소제목들을 동반한 채 전력질주보다는 완주에 의미를 두는 듯 완만하게 흘러간다.
이런 상황의 보다 매끄러운 흐름을 위해서 바텐더와 웨이터라는 '해설자' 역할도 두었지만, 이들 캐릭터는 오히려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허준호, 이창훈, 박준규, 이원종이 분한 4발가락은, 누구 하나에게 중심이 쏠리지 않는 적절한 배분을 성공적으로 화면에 담아내고 이들이 보이는 시너지효과는 영화의 재미를 톡톡히 살려놓는다. 더불어서 조연들의 연기도 안정적이고, 적절한 CG효과들은 화면을 자연스럽게 채색한다. 난무하는 욕설과 말장난은 마치 '조폭'영화의 특징처럼 이 영화에도 넘쳐나지만, 전라도사투리라는 특성이 조금은 희석 시켜주는 아이러니도 느낄 수 있다.

[4발가락]은 나름대로 정갈하고, 완만한 재미와 과잉의 웃음을 선사하는 영화이다.
소재와 장르의 특성상 작품성을 운운하는 영화는 못되지만, 괜찮은 배우들의 재미난 에피소드들의 포진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쉽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첫 작품은 관객에게 그저 편안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선사하고 싶었다." 라는 계윤식 감독의 말처럼 이제 조폭영화에 조금은 식상해 있을 관객에게 과연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지 의문이다.

코리아필름 정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