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식 순애보...

영화 <나비>는 암울했던 1980년 '삼청교육대'를 배경으로 뒷골목 깡패와 제비로 살아가는 민재와 그의 고향 애인이자 군 고위간부의 정부인 혜미와의 비극적인 사랑의 순애보.

영화는, "나, 폼나게 돌아온다. 기다려 딱 1년이야!"라며 사랑보다는 성공을 위해 떠나는 민재(김민종)와 이를 기다리는 은지(김정은)에서 얘기는 시작된다. 짐작할 수 있듯 영화의 중심은 그들의 재회와 사랑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 그들은 운명처럼 룸싸롱에서 재회한다. 하지만 은지는 이미 군고위간부 허대령(독고영재)의 여인이 되어 혜미로 변해 예전의 그녀가 아니다. 민재와 혜미는 서로를 이해해가며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허대령은 민재를 삼청교육대로 보내버리고 그의 충성스런 수하인 황대위(이종원)에게 그들의 사랑을 끝을 보게 한다. 권력에 대한 욕망과 집착으로 얼룩진 황대위는 그들 사이를 갈라놓으며 철저하게 파괴한다.

이렇듯 영화는 그들의 비극적이고 슬픈 사랑을 그려내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영화를 풀어내는데 있어 스토리의 허술함과 적절치 못한 상황, 부족한 캐릭터 표현으로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들이 운명적으로 만나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은 너무 신파적이며 비극적인 사랑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황대위'의 캐릭터는 묘사가 충분치 못해 그의 분노와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다. 특히 곳곳에 연출되는 적절치 못한 상황과 표현은 슬픔보다는 황당한 웃음을 유발해 슬픔이 끼여들 수 없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코믹연기에서 첫 멜로연기로 변신한 김정은의 눈물연기는 기대만큼 인상을 남기지 못했으며 김민종과 이종원의 연기 역시 기존의 우리가 TV드라마에서 보아왔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아쉬움을 더했다.

그나마 건질 것이 있다면 도철과 광팔의 역할을 맡은 이문식과 김승욱의 맛깔스런 연기와 AFI에서 촬영을 전공한 김현성 감독이 two-camera-system를 도입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고감독 영상이 볼만하다.

왜 굳이 슬픈 사랑을 얘기하는데 어두운 과거인 '삼청교육대'를 배경으로 했을까?
'단지 하나의 배경에 불과할 뿐이다'라는 감독의 말은 너무 무책임하지 않는가!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