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신부
2004 코믹 멜로 ∥ 115분 12세관람


우리를 너무 어리게만 보는거지
- 깜찍함이 아쉬움으로 남는 어린신부

젊고 예쁜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가 있다? 면 그건 거짓말이나 이상한 남자임에 분명하다. 하물며 귀엽고 깜찍한 나이 어린 여자가 신부가 된다는 것이 싫다고 말하는 남자는 대왕거짓말쟁이가 분명하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결혼에 대한 환상이나 배우자에 대한 꿈이 있다. 이런 꿈을 대리만족 시켜 주는 영화가 많은 이유다. 신데렐라부터 시작해서 꼬마신랑, 사브리나, 등등등. 그리고 이제 깜찍하고 귀여운 여고생이 신부로 나오는 어린 신부가 등장했다.

관객의 기대와 욕구에 부합하는 소재와 충분히 웃길 수 있는 코믹 멜로 영화의 탄생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어린 신부 역할의 문근영과 대학생 신랑 김래원의 연기와 탄탄한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도 뛰어나다. 그러나 영화에는 분명 뭔가가 빠져있다.

열여섯살 새색시의 좌충우돌 결혼기

어학연수 중이던 상민은 아버지의 호출에 급거 귀국한다. 그리고 양가부모님들과 보은이 할아버지로부터 16살 보은이와 결혼하라는 명령을 듣게 된다. 보은이 할아버지는 상민이 할아버지와 절친한 친구이자 한국전쟁 전우이다. 상민이 할아버지가 전쟁에서 전사한 후로 보은이 할아버지는 양가를 돌보는 큰 어른으로 서로 사돈이 되기로 했으나 양가 다 아들밖에 없어서 꿈을 이루지 못했으니 죽기 전에 손주들의 결합을 보고 싶다는 것이 할아버지의 하나뿐인 꿈이다. 그러나 꿈 많은 청춘이 이런 강요로 결혼 할 수는 없는 일, 하지만 할아버지가 쓰러지자 상민과 보은은 결혼하게 된다. 예쁜 여자들에게 눈돌리기 바쁘지만 착한 남자 상민과 꿈 많고 강인한 소녀 보은의 결혼생활은 좌충우돌의 연속이다. 졸지에 유부남이 된 상민과 학교 야구선수를 사랑하는 보은. 상민이 보은의 학교에 교생 선생님으로 오면서 이들의 결혼 생활은 위기를 맞게 된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다

실제 나이와 꼭 같은 문근영의 연기는 깜찍함과 귀여움을 넘어서 정말 딱 맞는 배역에 캐스팅 되었다는 느낌이다. 상민 역의 김래원 역시 안정적인 연기로 가슴 따뜻한 새신랑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 노처녀 여교사 역의 안선영은 인상적인 연기로 감초의 느낌을 잘 보여주었다. 전체적으로 연출과 짜임새를 갖추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도 재미있고, 미소와 웃음을 함께 만드는 따뜻한 이야기가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영화에 힘을 실어주었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따뜻한 가족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힘이 떨어지면서 늘어지기 시작한다.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강약의 리듬을 만들며 클라이막스와 대단원으로 막을 내려야 한다. 이 영화는 두시간 가까운 시간을 채우기에는 너무 힘이 부족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만으로 두시간 동안 관객을 사로잡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영화에는 기둥 줄거리가 필요하고 관객을 몰입시킬 수 있는 갈등과 복선이 필요하다.

영화에서 시간을 계산하고, 관객의 입장에서 템포를 조절하는 것이 바로 기술이고 편집이다. 템포가 다소 떨어지는 곳에는 음악이나 영상으로 극의 긴장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를 너무 등한시했다. 전반부에 힘을 조금씩 모으고 복선을 깔아서 후반의 클라이막스에 터트리는 계산된 시나리오와 편집이 아쉽다. 영화는 마지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초반에 아무리 재미있어도 관객들에게 기억되는 것은 마지막의 감동과 웃음이다. 전반부의 재미는 대단원의 감동을 주기 위한 과정이고 준비 단계이다. 여기에 너무 힘을 쏟았다.

가벼운 소재로 너무 쉽게 가려고 한 것이 실수라고 생각한다. 제작자와 감독이 좀 더 심사숙고하고 시간과 내용을 철저히 계산해서 영화를 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남는다. 그랬더라면 착한 사람들의 사랑 만들기, 어린 신부와 대학생 신랑을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진실한 사랑과 따뜻한 모습을 관객들의 가슴속에 오래오래 남겨둘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다락방21 작가 강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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