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道理) 없는 마을

할아버지판 '마파도'로 알려진 영화 <무도리>는 최고의 자살명당이라고 소문난 강원도 산골마을 '무도리(無道里)'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담은 휴먼 코미디로, 죽기 위해 몰려든 소심한 자살동호회 회원들과 이들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해 생계를 유지하려는 '도리가 없는' 무도리 할배 3인방, 그리고 특종을 노리고 마을로 잠입했다가 얼떨결에 자살지원자들과 목숨 건 동고동락을 시작하는 초보 방송작가가 서로 죽느냐, 사느냐를 두고 벌이는 한바탕 소동을 통해 삶의 의욕을 되찾는다는 내용을 유쾌하게 그렸다. '자살명당'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죽기 위해 찾아온 이들 때문에 생계를 유지하게 된다는 아이러니한 설정을 통해 웃음을 끌어내려 하지만 단조로운 에피소드와 허술한 짜임새, 산만한 전개로 인해 웃음과 풍자의 강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무엇보다 군데군데 드러나는 작위적인 설정과 갑작스런 반전으로 인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좀처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캐릭터 대결 구조와 매력을 살려내지 못한 점도 극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이다. 그나마 관록의 개성파 노장배우 박인환, 최주봉, 서희승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MBC프로덕션과 싸이더스FNH가 만나 관객 230만의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달콤, 살벌한 연인>의 뒤를 잇는 후속 HD프로젝트인 <무도리>는 15세 관람가로 오는 21일 개봉한다. <무도리>가 과연 제 2의 <달콤, 살벌한 연인>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제2의 <마파도>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06.09.14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