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영화의 불모지에 화려하게 도래하라! 몽정기여!

한 나라의 영화가 발전하려면 제대로 된 성장영화가 있어야한다는 말이 있다. 이점에서 우리영화는 자유롭지 못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이후 변변찮은 성장영화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젠 어느 정도 홀가분하게 됐다. 바로 <몽정기>라는 영화 때문이다.

4명의 중학생과 선생님, 그리고 교생선생님이 그려내는 아기자기한 성장이야기는 맛깔스러운 대사와 연기로 한국 성장영화의 한 획을 긋는다. 80년대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화면에는 생생한 캐릭터들이 살아서 꿈틀거리고, 그들이 선사하는 웃음과 감동은 실로 유쾌하기 그지없다. <몽정기>라는 타이틀처럼 영화는 시종일관 성에 대한 대사와 상황으로 즐비하지만, 저속하거나 유치하지 않다. 오히려 중학생인 그들에겐 가장 중요한 성장의 요소 중에 하나인 것이다.
즉 지극히 실제적이고 가식이 없는 이야기로서 중학생의 시기에 겪어야할 홍역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덤으로 첫사랑의 설레임과 아픔까지 한 가득 동반하고서 말이다.

<자카르타>이후 두 번째 영화를 선보이는 정초신 감독은 기대이상의 안정된 연출력을 보이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무엇보다도 맛있는 시나리오를 선보인 박채운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성장영화의 불모지에 심어진 <몽정기>라는 나무 하나는 분명히 많은 나무들을 일궈낼 초목으로 조금의 부족함도 없을 것이다.

4명의 중학생으로 분한 노형욱, 전재형, 정대훈, 안재홍은 더없이 탁월한 팀웍을 과시하면서 생생한 그때를 유쾌하게 재현하고, 선생님과 교생으로 분한 김범수와 김선아도 풋풋한 로맨스롤 선사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코리아필름 정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