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자 승부'를 꿈꾸는 사내들의 인생 바꿔치기

나? 인생역전을 꿈꾼다.

들어는 봤는가. 앞뒤옆 다 둘러봐도 쾅쾅 막힌 삼류소설가의 비애를. 아내의 구박은 기본이요, 무능한 인간이란걸 어찌들 그리 잘 아는지 이놈이고 저놈이고 태클을 걸어오는 엿같은 인생. 그러나, 쥐구멍에도 해뜰 날은 있는 법이라고 드디어 인생역전의 기회가 찾아오고야 말았으니... 삼류인생을 구원하는 광명의 빛으로 찾아온 그는 '반박자 승부'의 사나이 인생을 슬로건으로 부르짖는 조폭 보스였던 것이다.

삼류소설가와 조폭보스의 해피한 만남

또또... 또 조폭영화냐고?
물론 조폭이야 나오지만, 이 영화는 좀 다르다. 그 흔해빠진 갈등이나 대립구도는 거의 완전히 배제된 채, 두 주인공의 만남은 시종일관 해피하다. 해피하다 못해, 삼류소설가는 조폭보스의 인생을 꿰차고 조폭보스는 삼류소설가의 인생을 꿰차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뻔할 뻔자인 갈등대립구도 없이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그 시도는 새롭다. 하지만, 이 새로운 시도가 가져온 예기치 않은 불상사는 도대체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해피한 만남이 가져다 준 후유증

갈등대립 구도가 극영화 속에서 하고 있는 역할은 엄청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뽑아보자면 첫째론 사건을 만들고, 둘째론 캐릭터를 살리고, 셋째론 관객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갈등대립구도를 배제시킨 이 영화는 '사건... 캐릭터... 관객...'의 문제를 과연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첫째로, '사건..'부분. 그렇다. 이렇다할 큰 사건이 없다. 대신,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연결고리 없이 톡톡 끊어지는 에피소드들은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사건의 역할을 커버할 만큼 참신하지도 기발하지도 않다.

둘째, '캐릭터'부분. 정준호의 원맨쇼라는 느낌이 강하다. 물론, 로맨틱 보스 손창민의 매력이 후반부에 살아남으로서 그 부분은 어느 정도 상쇄되고 있지만... 이 두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매력 없는 조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셋째, '관객...'부분. 과연, 시선 끌어 모으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미지수이고, 시험대이다.

해피한 만남의 후유증, 그 해결점은...

분명히 있다. 코믹물의 생명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그것. 재밌게 웃어제끼다 어느 한순간 눈물 찔끔 나게 하는 그것. 그건 바로 '감동'이다. 그것만 있으면, 갈등이고 대립이고 없어도 충분히 관객의 시선을 끌어 모을 수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