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청년과 엄마의 감동의 소통

42.195km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낸 자폐증 청년 배형진군과 그의 어머니 박미경씨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말아톤>은 엄마(김미숙 분)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5살 지능의 20살 청년 자폐아 초원(조승우 분)이 끝내 스스로의 힘으로 정상인도 하기 42.195km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속에서 좌절하고 분노하고 포기하는 엄마가 조금씩 아이와 소통하면서 진정한 사랑과 배려 그리고 희망을 발견한다는 내용을 밝고 따뜻하면서도 훈훈한 감동으로 그려낸다.

휴먼드라마의 보편적인 전개방식에서 벗어나지는 못하지만 전·후반부를 엄마와 아이의 시점을 구분함으로써 좌절하고 분노하고 포기하는 엄마의 감정과 아이의 의지와 꿈을 잘 보여주며 그 사이에서 발견하는 참된 이해와 소통을 감독은 안정된 연출력으로 포착해낸다. 여기에 자폐증 청년이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맡아 완벽하리만큼 리얼한 연기를 보여준 조승우와 엄마 역의 김미숙의 열연이 영화의 진한 감동을 끌어낸다. 무엇보다 영화는 자폐증이라는 장애를 앓고 있는 초원이와 엄마의 모습을 왜곡되지 않으면서도 밝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장애아를 가진 가족들의 갈등과 소통은 잘 드러나지 못하는 점과 종반 초원이가 홀로 마라톤을 완주하는 부분은 너무 영화적이어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편, 제목 '말아톤'은 5살 지능을 가진 주인공 초원이 자신의 그림일기에 '내일의 할일 말아톤'이라고 적어넣는 장면에서 착안한 것이다.

2001년 810만 흥행신화를 일궈낸 <친구>를 만든 시네라인-투가 제작하고 쇼박스가 투자,배급한 영화 <말아톤>은 1월 27일 개봉된다.

2005.1.17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