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건달과 엽기 할매들의 수상한 동거

영화 <마파도>는 로또 당첨금 160억을 들고 잠적한 다방 레지를 잡기 위해 건달 재철(이정진 분)과 비밀형사 충수(이문식 분)이 30년간 남자구경 한번 못해본 다섯명의 엽기 할매들만 사는 외딴 섬 ‘마파도’에 잠입해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로, 과거의 일로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형사와 건달은 여자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동안 다섯명의 엽기 할매들과 별난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나 조금씩 조폭보다 더 살벌한 할매에게 딱 걸려 빡세게 노동을 강요당하게 된다.

영화는 두 집단이 대립하며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서 유쾌하고 따스한 인간애를 표현한다. 초반 변형된 캐릭터들의 충돌과 대립이 코믹한 웃음을 선사하며 이후 조금씩 서로에게 동화되면서 휴먼드라마로 이어진다. 물욕에서 벗어나 비로소 해맑게 웃는 두 건달의 모습은 긴 여운을 남긴다. 기존의 에피소드 위주의 코미디에서 벗어나 독특한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에피소드의 코미디가 돋보이며 엽기적이고 악동같은 할매들의 이미지는 영화의 통속성을 깨며 신선한 웃음을 선사한다. 또한, 다양한 캐릭터들을 컨트롤하는 감독의 연출력은 뛰어나다.

반면 모든 인물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엿보이지만 각 캐릭터들의 사연들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해 갈등과 해결의 이음새는 반감되고 긴장감과 공감대도 떨어진다. 또한, 중견 연기자들의 연륜과 농익은 연기력에 반해 어딘가 경직된 듯한 이정진의 연기와 아직은 주연배우로는 벅찬 이문식의 원맨쇼는 금방 바닥을 드러낸다. 한편, <마파도>는 작년 8월 개봉한 이상한 마을 <시실리 2km>와 비슷한 구조를 띄고 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맹부삼천지교>에 이은 코리아 엔터테인먼트의 세 번째 작품 <마파도>는 CJ엔터테인먼트 배급으로 3월 11일 개봉된다. 제목 '마파도'는 대마초와 노파만 있는 섬을 의미한다.

2005.2.28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