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분간의 ‘원 테이크 원 컷’

<꽃섬>, <거미숲>, <깃> 등을 연출한 송일곤 감독의 신작 <마법사들>은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3인3색' 프로젝트로 진행된 단편(30분)을 장편(96분)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사랑 이야기를 하나의 시공간에 담아내기 위해 영화 전체 분량이 편집 없이 한 컷으로 이루어진 ‘원 테이크 원 컷’ 촬영을 시도해 주목받은 바 있으며 이번 장편 역시 '원 테이크 원 컷’의 촬영으로 마법 같은 영화를 완성해냈다.

영화 <마법사들>은 '마법사'라는 해체된 밴드 멤버들이 3년 전 자살한 멤버인 기타리스 자은을 기리기 위해 강원도 산골의 카페에 모여 과거를 추억하면서 깊은 죄책감과 상처를 털어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시 찾는다는 내용으로, 3년 전 자살한 자은(이승비 분)의 영혼이 자신의 기일에 맞춰 강원도 숲 속의 어느 카페에 찾아온다. 그곳에는 연인이었던 자은을 잊지 못하고 그녀와의 추억이 있는 카페를 인수해 살고 있는 재성(정웅인 분)과 밴드 해체 이후, 음악에 대한 미련과 말못한 사랑으로 삶의 의미를 잃은 명수(장현석 분)가 자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더 이상 노래하지 못하는 하영(강경헌 분)을 기다리며 술을 마시고 있다. ‘자은’의 죽음으로 음악에 대한 꿈을 접은 채 살아가던 ‘마법사 밴드’ 멤버들은 그들이 함께 했던 그 시간을 추억하면서 저마다의 상처를 털어내고 자은을 위해 노래를 시작한다.

‘한 해의 마지막 밤, 숲 속의 카페’라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96분 전체를 편집 없이 한 컷으로 이루어진 ‘원 테이크 원 컷’ 촬영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조각'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며 색다른 영화 체험을 선사한다. "한편의 재미있는 연극을 한번의 컷으로 찍어보고 싶다"는 감독의 의도처럼, 연극적인 무대장치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도 숲 속과 카페 내부 공간의 이동과 의상, 조명, 음악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시간 변주를 가능하게 한다. 또, 영혼이 된 자은의 등장과 그녀의 시선을 따라 흐르는 카메라 워크는 관객의 시선을 그녀의 시선과 동일시시켜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에 몰입하게끔 한다. 디지털 영화의 장점과 연극적 요소를 적절하게 접목시킨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이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감정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마치 연극무대에서처럼 한 호흡으로 촬영에 임한 배우들의 열연에 있다. 특히 영혼이 된 자은 역을 맡은 이승비 연기는 인상적이다. 또, 영화 중간에 전직 스노 보드 출신의 스님을 등장시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영화를 흥미롭게 탈바꿈시킨다. 탱고음악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통해 상처 입은 내면을 묘사한 부분도 새롭다. 엔딩을 장식한 러브홀릭의 ‘실비아’ 노래는 실제 공연무대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영화가 끝난 뒤에도 앵콜을 기대하게 할만큼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반면, 후반의 인물들의 심경변화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아쉬움을 남는다.

투박하고 낯설지만 독특하고 매력적인 영화 <마법사들>은 오는 3월 30일 CGV 인디관(강변, 상암, 인천, 부산서면)에서 개봉한다.

2006.03.15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