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를 살아가는 사춘기 소년의 성장통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의 박흥식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사랑해, 말순씨>는 현대사의 가장 격변기였던 1979~80년을 통과하는 14살 사춘기 소년 광호(이재응 분)의 슬프지만 따뜻하고 유머가 있는 성장이야기로, 부끄럽고 창피한 화장품 외판원인 엄마, 김말순(문소리 분)과 옆방 짝사랑하는 간호보조원 은숙누나(윤진서 분), 그리고 자신을 쫓아다니며 애정공세를 퍼붓는 동네바보형 재명이 사이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사건들을 통해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를 마음으로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어느 날 우연히 '행운의 편지'를 받은 광호는 답장을 쓰지 않으면 불행한 일들이 생긴다고 생각해 엄마와 은숙 누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126호 행운의 편지'를 보내지만 126호 편지 주인공들은 답장을 쓰지 않는다. 이후 자신의 편지을 받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우연치 않은 불행이 찾아오고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된다.

영화는, 어둡고 힘들었던 시절을 소년의 따뜻한 시선과 감동으로 감싸안는다. 추억과 향수를 끄집어내는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사실감 있는 이야기가 돋보이며 다양하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와 이야기도 광호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있다. 특히 성인 연기자와 아역 배우 그리고 비연기자간의 띄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는 이 영화에 가장 큰 힘이다. 광호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모여 집 마당에서 춤을 추는 판타지의 엔딩씬은 인상적이다. 한편, 윤진서의 깜짝 전라도 사투리도 들을 수 있다.

<외출>을 제작한 블루스톰과 영화음악 제작 전문 프로덕션 M&F가 공동제작한 <사랑해, 말순씨>는 쇼이스트의 배급을 통해 11월 3일 개봉된다. 12세 관람가

2005.10.24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