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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
영화가 재미나게 사는 방법
탄탄한 구성으로 재미를 더하는 라이어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극장가에서 관객 동원 천만명을
기록하는 엄청난 위력을 떨치고 있다. 한국 영화의 힘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크지만 이렇게 막대한
물량과 인기 배우들을 동원한 영화에 맛이 든 관객들이 과연 싼 티가 팍팍 나는 저예산 영화에도
호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대형 영화나 저예산으로 찍은 영화나 관객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돈을
내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화면으로 압도하는 스케일이 없는 저예산 영화는 관객에게 더 많은
즐거움과 재미를 주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저예산 영화가 믿는 것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다양성, 그리고 영화에 대한 열정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충분히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영화가 바로 <라이어>다.
관객들에게 실소가 아닌 폭소를 터트리게 하며 깨끗하고 기분 좋은 미소가 깃든 웃음을 만드는
아주 잘 만든 코믹 상황극이다.
거친 상소리가 오가는 조폭물의 액션이나 코믹, 역겨움을 동반한 화장실 유머나 성적 코드가
없이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바람둥이 거짓말쟁이의 좌충우돌 생일날에 생긴 일
택시운전사 정만철은 잘 생기고 성실하고 착한 마음(?)의 소유자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어
결혼한 조강지처 양만순과 우연히 사랑에 빠진 섹시한 사업가 오정애와 두 집 살림을 하면서 바쁘게
사랑을 나누어주며 살고 있다. 만철은 일년 가까이 두 여자를 속이는 이중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탈옥수 신장원을 잡게 되면서 메스컴의 조명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서 두 집 살림이 들통나게
될 상황이 벌어진다. 현상금 3천만원은 고맙지만 고집불통 형사의 의심스런 추적과 특종을 노리는
잡지사 기자의 뒷조사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백수 친구 노상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두집 살림의 진실은
감추어지는가 싶더니, 계속되는 거짓말에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정체성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과연
만철은 두 집 살림의 진실을 감추고 다시 모두가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탄탄한 원작과 시나리오의 중요성
영화 '라이어'의 원작은 연극 [Run forYour Wife]이다. 1983년 영국에서
초연한 후에 지금까지 세계 40여 나라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국내에서도 3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작품성과 상업성에서 인정을 받았다.
현재 런던과 브로드웨이에서 최고의 인기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마스터'라는 칭호로 불리는 원작자
Ray Cooney의 정교한 대사, 기막힌 상황의 설정과 순발력은 관객들에게 지적인 코메디의
정수를 보여준다.
원작의 대사와 구성이 워낙 절묘하고 이를 적절하게 영화의 문법으로 녹인 시나리오 역시 탄탄하게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시킨다.
저예산 영화가 사는 법
총 7명 등장해서 돌아가며 쉴새 없이 떠들며 긴장감을 유지하는 테크닉은 놀라울 정도다.
주진모, 공형진의 콤비플레이와 손현주, 임현식의 정말 빛나는 조연연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연출도
안정되고 짜임새가 느껴진다.
좋은 시나리오가 있고,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있고, 뒤를 받쳐주는 스텝과 감독이 있다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에서 흥행과 상업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그간 매우 드물었던 품위를 유지하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영화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원작인 연극을 보았던 관객들에게는
연극이 영화로 어떻게 만들어졌나를 살펴보는 재미가 보너스로 주어진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막대한 제작비와 물량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
<라이어>는 매우 소중한 영화다.
다락방21 작가 강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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