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란 원래 거짓말이다!

원작이 있는 영화라서 다르다

최근 한국에서는 비슷한 소재의 영화화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살인의 추억>이나 <범죄의 재구성>이 실제 범죄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면 <라이어>와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증폭되어 가는 과정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라이어>는 유명한 희곡 작가 Ray Cooney가 쓴 "Run For Your Wife"란 연극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라이어 영화는 원작이 따로 있는 만큼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곳곳마다 코믹한 상황과 설정이 절묘하게 배치되어져 있다.

두 와이프를 가진 남자의 거짓말은 일상이다.

정만철(주진모)은 두 번 결혼을 한 남자로 한명은 옥수동에 한명은 압구정동에 각각 심어두고 밤에는 택시 운전을 하면서 두 집을 자유롭게 오간다. 물론 시간 테크와 정력 테크는 기본이요, 두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도 정성이 하늘로 뻗친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우연히 탈옥수 신장원(신창원 절대 아님)을 잡아서 일시에 경찰(손현주)과 기자(임현식)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자 일상 생활의 리듬이 깨지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두 아내들에게 가는 스케쥴이 꼬여 버리고 신문에 얼굴이 들통나고 신장원의 부하 하부 조직원으로 의심하는 경찰이 달라붙고 하는 통에 이중 결혼 생활이 탄로날 위기에 처한다. 이 때부터 라이어의 진가가 발휘된다.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여자 사기꾼 김하늘은 이렇게 말한다.
"사기꾼도 힘들어. 매번 다른 거짓말 생각해 내야 되지, 한 거짓말 다 기억해야 되지. 순발력, 재치도 있어야 되지." 이 말을 유감없이 입증이라도 하는 듯이 정만철, 즉 주진모의 거짓말은 끝을 모르고 그에 장단맞춰주는 백수 친구 노상구(공형진) 거짓말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 속된말로 구라가 구라를 낳고 낳아서가 끝없이 이어진다.

원작이 튼튼하지만 관객들은 뭔가 색다른 것을 원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단점은 원작인 연극이 워낙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대학시절 학생들 상연 연극을 본적이 있을 정도로 재밌는 이 연극은 곳곳에 포진한 박장대소할 부분들이 분명히 할리우드나 우리나라의 어느 영화에서건 많이 차용되었고 쓰여져 왔다. 그래서 영화의 허를 찌르기처럼 불시에 튀어나올 반전들이 이미 알려져 있는게 이 영화의 약점이다. 게다가 같은 장소에서 연극처럼 이어지는 대사발은 분명히 영화적인 것은 아니다. 물론 저예산 영화로서 대사와 설정을 가지고 재밌게 엮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더 영화에서는 상황이 증폭되고 확대되어져서 무언가 다른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연극과는 다르게...영화에는 좀더 큰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 아는 상황을 관객들이 즐거워할까.....하지만 필자의 우려와는 다르게 관객들은 이미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분명히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알면서도, 다 알지만 그 상황의 재미에는 스스로 느껴주는 거였다. 그럴 만큼 영원히 사랑받는 원작 연극이기도 하지만..감독도 오래전부터 이 연극의 영화화를 꿈꿔 왔다고 하니 원작의 탄탄함은 영화의 극적 재미에 탄력성을 준 것이 분명하다.

어쨋든 마치 스크린으로 한편의 고급 코메디 영화를 본다는 느낌으로 보고 나면 흐뭇해질 작품으로 절대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로 중장년들에게 이 영화를 볼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