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조국이 빚어낸 가슴아픈 사랑이야기

톱스타 차승원의 출연과 드라마 '장미와 콩나물', ‘아줌마’, '현정아 사랑해'를 등을 연출하며 안방극장을 주름 잡았던 흥행PD 안판석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은 영화 <국경의 남쪽>은 갑작스런 탈북으로 첫사랑 여인과 헤어지게 된 북한청년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사실적이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평양 출생의 만수예술단 호른주자 선호(차승원 분)는 결혼을 약속한 연화(조이진 분)와 함께 앞날에 대한 아무런 걱정 없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남조선에 계신 할아버지와의 비밀편지가 발각되어 연화를 남겨두고 국경을 넘게 된다. 우역곡절 끝에 탈북에 성공한 선호는 연화를 남한으로 데려오기 위해 브로커에게 정착금 전부를 주지만 사기를 당하고 만다. 다시 탈출자금을 모으기 위해 악착같이 일해보지만 쉽지 않고 급기야 누나에게 연화가 결혼했다는 말을 듣고 선호는 괴로워한다. 그런 그의 앞에 자신의 상처를 이해해주고 어루만져주는 경주(심혜진 분)가 다가오고 선호는 그녀와 결혼해 가족들과 함께 평양 음식점을 차리며 남한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선호는 평생 만날 수 없을 거라 믿었던 연화의 탈북 소식을 듣게 되고 마침내 만나게 되지만 이미 결혼해버린 그는 심한 갈등과 죄책감에 휩싸인다. 오직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한 연화 역시 선호가 남한에서 이미 다른 여인과 결혼한 사실을 알게되고 가슴이 미어질 뿐이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출발을 하려는 순간, 평생 못 만날 거라 여겼던 첫사랑이 홀로 국경을 넘어 다시 찾아오면서 겪게되는 슬픈 갈등과 남북한 연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 남자의 가슴 시린 순애보는 전세계 유일한 분단국간 '대한민국'이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분단조국이 빚어낸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이다. 수많은 연인이 분단으로 인해 헤어졌고 지금도 수많은 탈북자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곳에 남겨둔 채 목숨 걸고 국경을 넘고있는 것을 볼 때, 영화 <국경의 남쪽>은 분단 그 시절이 아닌, 5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분단 조국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려낸다. 이전에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와는 달리 '멜로'로 확장하며 차별점을 갖는다. 현재 북한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제작진의 노력과 차승원의 가슴 뭉클한 멜로연기와 낯선 평양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연기자들의 열연에 박수를 보낸다. 특히 연화 역을 맡아 나이보다 깊고 성숙한 연기를 선보인 조이진의 발견의 이 영화의 가장 큰 수확이다. 그녀의 연기에 웃고 운다. 하지만 이야기의 밀도가 다소 떨어지고 두 사람의 슬픈 사랑을 바라보는 주변인물들의 시선도 빠져있어 깊은 울림을 끌어내지는 못한다.

<공동경비구역JSA>,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을 잇는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 <국경의 남쪽>은 오는 5월 4일, 12세 관람가로 개봉한다.

2006.04.25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