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 가야하는 슬픔멜로

한 여자만을 사랑하며 기다리는 남자와 병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 가야하는 여자가 만나 아프고도 슬픈 사랑을 이야기한다. 영화 <국화꽃 향기>는 이렇게 그다지 새롭지 않은 우리에게 낯익은 스토리 구조를 가진 영화이다. 더욱이 베스트셀러인 김하인의 <국화꽃향기> 소설을 원작으로 하기 때문에 무엇을 관객에게 전달해 줄 것인가 내심 걱정부터 앞선다.

"아날로그 적인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천천히 관객들에게 사랑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배냇저고리, 막걸리, FM 라디오, 한지 같은 소재를 통해 더욱 더 아날로그 적인 사랑의 아름다움을 풀어놓고 있다.

이런 사랑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희재는 사랑하는 성호를 보내고 긴 슬픔을 잠기고 마음을 닫는다. 인하는 그런 희재를 긴 시간동안 사랑하며 그녀가 떠난 뒤에도 그녀를 생간한다. 그리고 희재와 가장 친한 친구인 정란은 인하를 좋아하지만 둘의 사랑을 끝까지 지켜주고자 부단히 애를 쓴다. 이렇게 영화의 축을 이루는 네 명의 배우 모두가 한결같이 한 사람을 위한 사랑을 보여주며 급변하는 현 시대에 변하지 않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풀어내는 이런 순진한(?) 사랑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슬픔까지는 줄 수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눈물을 흘리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애초에 스토리 전개에 치중한 나머지 배우들의 갈등과 내면심리에 대한 표현이 세심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을 뿐더러 극적 긴장감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 [국화꽃 향기]는 바로 인물들의 감정변화에 대한 세심한 표현과 관찰이 부족한 것이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재차 풀어내고자 한다면 그 설득력에 힘이 실리기 위해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갈등과 깊이 있는 심리 묘사를 통해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신인 박해일의 슬픔과 아픔의 연기는 볼만하다.

딸과 함께 그네를 타며 희재를 생각하는 인하의 마지막 씬이 차라리 영화의 프롤로그로 시작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 남는다.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