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킬라쾌담

영화 <예의없는 것들>은 어린 시절 짧은 혀 때문에 놀림을 당했던 '킬라'(신하균 분)가 혀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람 잡는 킬러가 되고 '예의 없는 것'들만 골라 처리한다는 내용으로, 짧은 혀 때문에 아예 벙어리로 살아가는 '킬라'를 중심으로 발레리노를 꿈꾸다 무릎 부상으로 킬러로 전업한 '발레', 합기도 도장 운영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킬러 일을 시작한 '관장킬라', 말없는 킬라가 좋다며 다짜고짜 킬라에게 덤벼드는 정체 모를 여자 '그녀', 길거리에 버려진 꼬마 등 소외된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름조차 없는 그들의 예의 없는 세상을 향한 통쾌한 복수극보다는 그들의 작은 꿈마저 용납되지 않는 비정한 현실에 무게를 둔다. 그렇다고 영화가 무겁지는 않다. 결말에서 쓴웃음을 짓게 하지만 시종일관 유쾌하다. 냉철하고 차가운 기존의 킬러 이미지를 엉뚱하고 재치 있게 비틀어댄다. 혀 짧은 소리가 쪽팔려 아예 말을 하지 않고 단지 칼 솜씨가 좋아 킬러가 된 '킬라'의 어리버리한 행동과 순박한 모습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여기에 벙어리 킬러가 내뱉는 내레이션의 재치 있는 유머 감각이 더해져 건조한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무엇보다 내레이션과 표정과 몸짓으로 킬라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신하균의 명연기가 돋보인다. 또, 당돌함 뒤에 남모를 깊은 슬픔을 간직한 ‘그녀’를 훌륭하게 연기해낸 윤지혜의 재발견도 큰 수확이다.

무례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킬라쾌담 <예의없는 것들>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배급을 통해 8월 24일 개봉된다.

2006.08.08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