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판타지를 끌어내지 못한 상투적인 멜로

J. 웹스터의 동명 소설을 모티브로 한 <키다리 아저씨>는 어린시절 부모를 여의고 정체 모를 키다리 아저씨로부터 도움을 받아 라디오 방송작가가 된 영미(하지원 분)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이메일 속 안타까운 사랑의 주인공을 찾아 나서면서 방송국 자료실 직원인 준호(연정훈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멜로물로, 한 여자와 그녀를 10년 동안 짝사랑한 남자라는 평범한 이야기가 동화 속 '키다리 아저씨'라는 신비감과 액자식 구성을 통한 이메일 속 비밀스러운 사랑과 함께 서로 하나로 겹쳐지면서 색다른 사랑이야기로 변모한다. 여기에 힘겹게 사랑을 이룬 한 남자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애틋함이 묻어난다.

눈물을 쥐어짜는 최루성 멜로는 피하고 있지만 단순하게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코드의 차용과 상투적인 극적 장치로 인해 감정을 증폭시키지는 못한다. 또한, 사랑 앞에서 갈등하는 영미의 모습은 단편적으로 그치고 말고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존재에 대한 신비감도 어이없게 쉽게 밝혀져 극의 흐름을 끊어버린다.

신생영화사 유빈픽쳐스와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한 <키다리 아저씨>는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을 통해 오는 1월 13일 개봉된다.

2005.1.03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