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적인 사랑과 욕망

영화 <주홍글씨>는 아내 수현(엄지원 분)과 연인 가희(이은주 분)을 둔 강력계 형사반장 기훈(한석규 분)이 어느 날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을 조사하면서 사건의 유력의 용의자인 미망인 경희(성현아 분)를 만나 겪게되는 이야기로 각기 다른 사랑을 가진 이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에 대한 이기심과 욕망, 집착 그리고 그로 인한 비극적인 사랑을 담고 있다.

영화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사건 자체나 사건의 해결이 아닌 서로 다른 은밀한 사랑을 간직한 인물들의 감정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영화는 사건을 풀어 가는 과정보다는 인물들 개개인의 감정 변화와 그 변화로 인해 벌어질 비극을 보여주고 있다. 그론 인해 전체적인 긴장감이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영화는 인물들 간의 미스터리한 관계와 반전을 통해 이를 메우고 있다. 여기에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과 심리 변화를 잡아내고 있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간의 연기호흡이 극의 재미를 더한다. 특히 알몸을 드러내며 파격적인 노출과 광기 어린 선보인 한석규, 이은주 두 주연배우의 열연이 돋보인다. 극 중반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그들의 나누는 격정적인 사랑과 후반 트렁크 안에 갇힌 두 남녀의 절규는 가슴을 메이게 한다. 또한, 스타일리쉬한 영상과 아리아, 재즈 피아노, 첼로 선율 등 음악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한 것도 훌륭하다.

하지만 세 사람의 퍼즐 같은 사랑 이야기가 하나로 매듭짓게 되는 반전(가희와 수현의 관계)은 영화 속 미스터리한 구조와 달리 어이없는 사건을 통해 드러나면서 다소 힘을 떨어뜨린다. 또한, 사건을 풀어가면서 미망인 경희의 모습이 곧 기훈 자신의 모습임을 확인하는 것은 잘 나타나고 있질 못한다.

<나쁜남자> <해안선>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LJ필름이 제작하고 쇼박스가 투자, 배급을 맡은 <주홍글씨>는 15일 폐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된 후, 10월 29일에 일반관객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2004.10.14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