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함을 추구했지만 강요는 없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질투는 나의 힘>에서 보여주고자 또 느끼고자 하는 얘긴 삼각관계에 얽힌 인물들의 심리와 갈등 묘사이다. 잡지사에 취직해 연상의 사진 기자에게 호감을 느낀 원상은 그녀에게 다가가면서 애정을 구하지만 이미 사내의 편집장과 그녀와의 깊은 관계가 시작되었음을 알게되고.., 이제 그 만이 겪고 있는 갈등이 표출됨을 시작으로 그의 고민은 발전하고 다시 관찰되어지기 시작한다.

특별한 기교 없이, 음악도 거의 등장하지 않으면서... 영화는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며 보는 이 들에겐 영화 시작 내내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 주인공 원상만큼의 감정이입을 요구한다.
다른 많은 시나리오에서 궁금증을 유발하며 정리했던 대게의 씬 들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 보여준 씬 들은 하나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하며 다음 장면을 연상시키지 않는다. 지금의 씬 에서만 충실하면서 그 전의 기억들을 상기할 수는 있어도 그 다음을 생각할 힌트를 주지는 않는다. 이 점은 인물들의 시간과 공간의 이동이 비교적 큰 시나리오에서도 감지할 수 있는 점이다.

그러면서 영화가 추구하는 부분은 섬세함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인물들이 이동하는 소리에서 옷깃 스치는 소리, 귤 까는 소리까지 서로간의 대화만큼이나 중심이 된 이런 현장 음들은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또 다른 미덕을 마련하며 화면을 구성하는데에 큰 몫을 하였고.., 더 이상 구체화하지 않은 대화들도 영화의 함축적이고 생략적인 멋을 더해 좀 더 정확한 여운을 던져주었다.

"나는 주인이 아닙니다." 영화 중반 술자리에서 나와 모래판에 누운 원상이 차 주인을 묻는 한 행인의 질문에 자신의 얼굴에 모래를 뿌리며 대답하는 장면이다. 원상의 종전의 모습과 지금의 자아를 비교하며 모호한 자신의 위치에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이 부분은 아주 은유적이며 함축적인 대사로 이 영화의 최고 미학이 되어도 아마 손색이 없을 듯 싶다.

그러나 이런 은유적인 표현들이 단지 몇몇 장면에만 그쳤다는 점은 예리하고 섬세함을 주로하는 영화에서 그에 대한 부족함으로 남는다. 원상이 성연과의 만남을 정리하며 하숙집 딸과 맺는 관계는 분명 그에겐 특별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자신을 인지하는 시간이 되었음이 분명할텐데 영화에선 더 이상 이를 구체화시키지 않았다. 어떤 사물에 대한 감정 이입이나 인물들의 조금 특별한 행동들이 요구되는 아쉬움이 있는 부분이다.

옛 애인이 성연과도 내연관계가 있는 편집장을 좋아한다는 설정은 좀 더 다양한 이야기 구조없이 막무가내로 고백만 하는 옛 애인의 고집과 다시 그녀를 다스리려 하는 원상의 복합적인 갈등 구조가 없어 이야기에 대한 흡인력이 부족하기도 했다. 좀 더 사연 있는 내막을 알려주면서 그것을 통해 원상이 편집장을 바라보는 시점이 부족해 한 남자에게 두 번이나 애인을 빼앗긴다는 영화의 타이틀과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없지 않아 있다.

'홍상수'감독의 '오! 수정' 조감독 시절을 거친 '박찬옥' 감독은 영화의 줄거리나 표현 방식에 대해선 다른 큰 진전 없이 인물들간의 일상만을 지나치게 얘기했다는 점에서 '홍상수'식의 연출기법과 비슷하다는 주장을 받아왔다. 하지만 박감독은 이런 사실주의에 섬세하고 함축적인 표현을 더해 자신만의 양면적 표현구도로 이 영화를 내놓았다. 섬세함을 추구하는 가운데 사실주의를 결합시켜 영화 속 예민한 부분들을 자연스레 편집했고 이렇듯 추구하는 섬세함속에서도 억지로 대입시키지 않은 강요가 없는 멋을 만들어냈다. 지나친 클로즈업 없이 한 공간속에 같이 있는 서로간의 균열있는 모습만으로도 그 심리를 표출하며 계산한 화면 구도는 구체화시킨 묘사대신 함축적인 구도로, 또 생략 적이면서도 절대 모호하지 않는 분명함으로 전과 다른 표현 양식이 되었다.

이로써 평범함 속에서도 이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시선으로 영화를 이끌어나간 <질투는 나의 힘>은 적극적이면서도 수동적인, 수동적이면서도 적극적인 방향으로 영화속 인물들과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특별한 관계를 제시했음을 분명화시킨다.

코리아필름 명예기자 심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