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영화

당신 옆 누군가가 지구정복을 꿈꾸는 외계인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지구를 지켜라!]는 이렇게 독특한 상상력에서부터 시작된 외계인 소재의 영화이다. 그렇다고 SF영화라고 생각하면 절대 금물. 영화는 소재면에서만 SF적이며 온갖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영화는, 자신의 불행이 지구에 살고 있는 외계인 때문이라 믿는 청년 병구(신하균 분)가 외계인이라 확신한 대기업사장 강만식(백윤식 분)을 납치, 지구를 지키기 위해 온갖 희극적 사건을 벌이면서 전개되는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새로운 영화이다.

우리는 종종 뉴스에서 마약이나 각종 환각으로 인해 인질극을 벌이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왜 그렇게 된 것일까?' 하는데 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지구를 지켜라!]의 병구는 그런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의 모습에 닮아있다. 결손가정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와 사회로부터 따돌림 받으며 살아왔다. 깊은 내면의 상처로 인해 병구는 반사적으로 외계인을 믿게 되고 환각제를 의존한채 자신 만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영화는 이렇듯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사회의 그늘진 인물을 내세우지만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으로 유쾌하게 풀어내면서 병구에 대한,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을 가진다. 여기에 코미디, 액션, 멜로, 스릴러, 미스터리, SF등… 총 6개의 장르를 넘나들며 새로운 '혼합장르'로 관객들을 시종일관 웃음과 재미를 제공하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구조도 탄탄하며 신하균의 다양한 연기가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TV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역에서 개성강한 역할로 우리에게 친숙한 백윤식의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도 볼만하다.

지구가 결국 폭발되지만 병구의 행복했던 순간의 장면을 에필로그로 보여주면서 끝을 맺는 영화는 그래도 희망을 남겨둔다.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갖춘 작품.

* 강만식 사장이 진짜 외계인일까 하는 것도 이 영화의 보는데 재미가 더할 듯,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