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카메라 속의 담긴 한 여자의 내면의 아픔

영화 <여자, 정혜>는 어린 시절 아픈 기억과 엄마의 죽음에 대한 상처를 지닌 우체국 직원 29세 여자, 정혜(김지수 분)의 지극히 단조로운 일상과 내면의 상처를 차분하고 섬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깊은 상처로 인해 삶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듯 살아가는 정혜는 조금씩 새로운 사랑의 기운을 깨달으면서 아픔을 딛고 세상과 화해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별다른 꾸밈 없이도 세심한 관찰과 독특하고 진솔한 시선으로 일상을 그려냄으로써 상처받은 한 여자의 내면의 아픔을 서서히 끄집어내 공감대와 깊은 울림을 준다. 또, 단조롭고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 교차되는 과거의 아픈 기억들의 편린들은 적절한 긴장감을 준다. 특히 음악과 대사를 자제한 채 핸드-헬드 방식으로 통해 내면의 아픔과 미세한 파동을 잡아낸 것은 돋보인다. 카메라는 정혜의 시선처럼 일상을 담아내고, 때론 섬세하고 때로 격정적으로 변화하는 감정의 결을 유연하고도 밀접하게 포착해냄으로써 우리에게 쉽게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상처를 지닌 인물의 감정변화를 섬세한 내면연기로 표현해낸 김지수의 연기는 단연 발군이다. 하지만 상업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다가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주홍글씨> 등을 제작한 LJ필름의 2005년 첫 작품 <여자, 정혜>는 쇼박스 배급을 통해 3월 10일 개봉된다.

2005.2.22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