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손예진 두 톱스타에 의존한 눈물멜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평소 건망증이 심하고 직장 상사이자 유부남과 사랑에 실패한 수진(손예진 분)이 우연히 '콜라 날치기 사건'으로 만나게 된 공사장에서 일하며 무뚝뚝한 목수 철수(정우성 분)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을 하게되지만 곧 자신이 건망증이 모든 기억을 점차 잃는 알츠하이머 병(진행성 뇌 질환)인 것을 알게되면서 겪게되는 슬픈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이다. 지극히 평범한 멜로구조에 알츠하이머 병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비극적인 상황을 놓이게 해 슬픔과 감동을 끄집어내며 서로에게 소홀한 요즘 사람들에게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건망증으로 만나서 건망증으로 떠나야하는 아이러니 상황을 통해 보다 깊은 사랑을 끄집어낸 점이 돋보인다. 특히 점점 기억을 잃어가며 순간순간 감정이 변화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연기를 매끄럽게 선보인 손예진과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정우성의 감정을 억제하며 북받치는 눈물연기는 영화의 감동을 더하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하지만 결말까지 평범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다소 영화적인 구성과 미화는 관객의 동일화 심리를 약하게 만든다. 특히 병으로 인해 자꾸만 철수를 기억하지 못하는 수진과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철수가 서로 연결되는 매개체의 섬세함과 깊이가 떨어져 아쉬움으로 남는다. 평범한 멜로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특이한 소재와 슬퍼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두 배우의 열연과 선호도로 좋은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싸이더스 픽쳐스가 제작하고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하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오는11월 5일 전국 개봉한다.

2004.10.25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