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자카르타 2000>
완전범죄를 이루며 '자카르타'로 날아갈
수 있는 팀은 누구일까?
고스톱 판의 오광처럼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오광투자금융의 화창한 화요일, 현찰로 300만 달러가
들어오기로 한 바로 그 날, 보안장치가 잠깐 꺼지는 아침 9시 10분! 오광의 300만 달러를 노리는 황당한 세무리의
도둑들이 있으니, 300만 달러를 차지하고 완전범죄를 이루며 '자카르타'로 날아갈
수 있는 팀은 누구일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금고 바로 밑에서 구멍을 뚫고 직접 잠입을 노리는 블루·레드·화이트의 '미션 임파서블' 팀, 역사상 은행이 문을 열 때 은행을 턴 이들은 없다며 '무식'을 최대 무기로 삼은 해룡·두산의 '영웅본색' 팀, 그리고 천륜은 온데간데 없고, 아버지의 은행을 털어 정부와 스위스에서 그림같이 살아보려는 사현과 은아의 '텔미썸딩' 팀, 이 세팀은 300만 달러를 털기위해 행동에 들어간다. 그리고 D-데이 오전 9시 10분, 오광의 금고 앞에서 동시에 맞닥뜨리지만, 이때까지도 영화는 사실 별 흥미가 없다.
무대는 영웅본색 팀의 산 속 창고로 옮겨지고, 이들은 납치범으로 돌변해 경찰청 사람들 흉내를 내며, 사현의 몸값으로 300만 달러를 요구한다. 물론 더 이상 필요도 없는데 '야 니들 어디 소속이야'라고 큰 소리쳐대는 블루는 총알 세례를 받고 조용히 시체가 된다. 이쯤 '임창정이 벌써 죽네?' 하는 관객들이 있겠지만, 이때부터 영화는 후반으로 넘어가고 세팀이 '헤쳐모여'를 통해 두팀으로 정리되면서, 완전범죄를 성공시킨 한팀만이 300만 달러를 챙겨 자카르타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만화적 상상력으로 만들었다는 이 영화는 경찰청 사람들 흉내라든지, 중간에 애니메이션을 삽입한 장면, 또 재치있는 교차편집을 통해 관객을 감쪽같이 속이는 등의 아이디어가 돋보이지만, 아무래도 감독 데뷔작이기 때문일까?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헐거운 연결고리가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스릴러의 연결고리가 어설픈 코미디 때문에 헐거워졌고, 캐릭터와 배우의 개성이 잘 섞이지 못한 점이 아쉽다.
비상한 두뇌회전으로 금고털이 전체 계획(작전은 훌륭하다!)의 줄기를 잡고 있는 임창정은 너무 똑똑한데 비해, 특유의 코믹함이 살려지지 못했다. 또 비열한 캐릭터를 연기한 윤다훈은 시트콤 <세친구>에서 보여준 다양하고 재미난 표정연기를 그대로 살리고 있지만, 다른 연기자들에 비해 어딘지 튀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어색한 인물은 역시 연기파로서 코믹연기를 선보인 김상중이다. 그는 '최민수표 카리스마'와 『넘버 3』 송강호의 무대뽀 정신을 반씩 계승했지만 둘을 섞어 김상중 식으로 만들지 못해 시종 어색하고 답답하다. 역시 코믹연기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 보다.
아무튼 한국영화가 범죄스릴러와 코믹장르의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고 보자면 별 ★★★는 줄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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