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가진자의 울부짖음

영화 <홀리데이>는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모두가 들떠있을 무렵, 영등포 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이감 중이던 재소자 중 지강헌을 포함한 6명이 호송버스 안에서 교도관들을 급습해 총과 실탄을 빼앗아 탈출한 뒤, 8박 9일 동안 서울에 잠입하여 가정집에 침입, 인질극을 벌이다 결국 자살극으로 막을 내린 실제 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 당시 북가좌동에서 마지막 인질극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던 이들은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경찰과 매스컴을 향해 ‘돈이 있으면 무죄! 돈이 없으면 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를 외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지강헌의 그런 울부짖음처럼, 인질극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사연과 아픔 등 그런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추고 별다른 기교 없이 정공법으로 당시의 시대의 아픔을 그려낸다. 또, 자신들이 지은 죄보다 몇 배나 되는 형량을 살아야만 했던 못가진자들의 절망과 비극을 연민의 시선으로 끌어안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현실에서 지강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분노를 억누르고 표출하는 이성재의 강렬하면서 절제된 연기가 영화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과장된 대립구조와 설정은 이야기 전개의 개연성과 리얼리티를 떨어뜨리고 있으며 지나친 감성적 소구와 설명적인 대사로 인해 큰 울림을 주는데는 실패한다. 또, “김안석은 뱀과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는 최민수의 극단적인 악역연기가 독특하지만 캐릭터의 변화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때론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것도 흠이다.

한편, 영화 제목 '홀리데이'는 지강헌이 사살되기 직전 경찰에게 틀어달라고 했던 그룹 비지스의 팝송 'Holiday'에서 따온 것이다.

<조폭마누라1,2>의 현진씨네마가 제작하는 세 번째 작품 <홀리데이>는 오는 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을 통해 1월 19일 개봉된다.

2006.1.10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