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소녀의 성장과 홀로서기

영화 <허브>는 실제 나이와 몸은 스무 살이지만 정신연령은 일곱 살에 멈춰버린 정신지체 3급의 순수소녀 차상은이 홀로서기 전에 겪었던 엄마 현숙과의 가슴 시린 이별과 동화 속 왕자님 종범과의 가슴 벅찬 사랑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낸다.

평생 엄마밖에 모르던 정신연령 일곱 살의 차상은(강혜정 분)은 어느 날 마주친 뺀질이 교통의경 ‘종범(정경호 분)’을 보고 꿈을 그리던 동화 속 왕자님이라고 착각하며 좋아하게 되고, 상은이 국제변호사라고 착각한 종범도 그녀가 정신지체 3급의 장애인임을 알고 매몰차게 돌아서지만 그녀의 순수하고 독특한 매력에 빠져든다. 한편 상은이 처음 사랑을 알아가게 될 때쯤, 엄마 현숙(배종옥 분)은 청천벽력 같은 암 선고를 받게 되고, 상은 역시 예기치 못했던 엄마와의 이별 소식을 알고 엄마가 가르쳐 준대로 홀로 서기에 나선다.

장애아를 둔 가족의 현실과 아픔을 다루기보다는 장애인 소녀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남자 장애인이 아닌 여자 장애인을 다뤘다는 점과 두 연기파 여배우의 모녀 연기, 강혜정의 엉뚱하고 해맑은 일곱 살 지능의 정신지체장애인 연기가 가 눈에 띄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자꾸만 덜컥거리고 극의 전개도 매끄럽지 못해 이야기 자체의 슬픔 이외에 그 이상의 것을 끄집어내지는 못한다. 특히 초반에 코믹하게 전개되다가 중반 이후의 갑작스러운 과도한 감정의 표출은 부담스럽다. 은은하게 가득 퍼지는 '허브'의 향기를 느끼기에는 역부족.

영화 <허브>는 2007년 12세 관람가로 1월 11일 개봉한다.

2006.12.16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