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미수자와 사형수의 만남과 기적 같은 변화

공지영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살고 싶은 의지도 희망도 없는 자살미수자와 사형수의 만남과 소통 그리고 그들의 기적 같은 변화를 차분하면서도 슬프게 담아낸다.

청소년기에 강간을 당한 아픈 상처로 인해 수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했던 상류층 여자 유정(이나영 분)와 불우한 성장기를 보내며 밑바닥 인생을 살다가 세 사람을 살해하고 죽음의 날만 기다리는 사형수 윤수(강동원 분). 처지와 입장이 너무나도 다른 이들은 적대감으로 서로 밀쳐내지만, 서로의 상처와 절망이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면서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기 시작하고 서로의 상처를 위로 받으면서 스스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커다란 내적 변화를 겪게 된다. 엄마를 원망하던 유정은 용서를, 사는 게 지옥 같았던 윤수는 살고 싶다는 희망과 용서를 구하게 된다.

원작에서는 한국 사형제도의 모순에 무게를 두지만 영화는 둘의 충돌과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또, 단순한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보다는 인간애에 초점을 맞춘다. 서로 충돌하고 상처를 드러내는 과정에서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감정의 섬세한 변화를 표현해낸 두 배우의 열연과 눈물연기가 감동을 이끌어 내지만, 상투적이고 단조로운 이야기 전개방식과 예상되는 결말로 인해 그 울림은 덜하다. 극단적인 설정은 둘째 치더라도 깊은 절망에 비해 그들의 충돌과 갈등이 얕다는 점도 감동의 밀도를 떨어뜨리는 요소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던 남녀의 만남과 그들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변화를 그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15세 관람가로 오는 9월 14일 개봉한다.

2006.09.04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