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한 강우석 감독의 직설화법

천만관객 시대를 연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의 신작이자 순제작비 96억원이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 <한반도>는 통일을 앞둔 근미래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경의선 완전개통식을 앞두고 100년 전 대한제국의 '가짜 국새'가 찍힌 조약을 근거로 개통식을 방해하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계략에 맞서 숨겨진 '진짜 국새'를 찾아 일본의 야욕을 꺾는다는 내용을 과거와 근미래를 교차시키며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을 버물린 팩션 드라마이다.

남과 북이 통일을 약속하고 경의선 완전개통을 추진하지만 일본은 1907년 경의선 운영권을 영구히 넘긴다는 대한제국의 조약(을사늑약)을 앞세워 개통식을 무산시키고 모든 자본과 기술을 철수시키겠다며 대한민국 정부를 압박한다. 이때 '고종의 숨겨진 국새가 있다'는 주장으로 사학계의 이단아 취급을 받아 온 최민재 박사(조재현 분)가 '조약에 찍힌 국새가 가짜이며 진짜 국새를 찾아 일본의 주장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과 당당히 맞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통일을 이뤄내려는 대통령(안성기 분)은 국새를 찾도록 지시하고 최민재 박사는 고종황제의 최측근이었던 김홍순 내관의 증손자인 김유식이 가지고 있는 비밀일기를 단서 삼아 함께 대대적인 발굴 작업에 착수한다. 하지만 국가안보와 대일관계를 우선한 총리(문성근 분)은 그의 측근인 국정원 서기관(차인표 분)에게 국새발굴을 방해하고 국새를 찾는다면 그것을 없앨 것과 필요하다면 최민재 또한 제거해도 좋다는 극단의 조치마저 취하고 그 사이 동해상에 자위대가 출현하고 한반도에 또 다시 100년 전의 위기가 엄습한다. 과연 숨겨진 '대한제국의 진짜 국새'를 찾아 한반도의 위기를 극복하고 일본의 야욕을 꺾을 수 있을 것인가....

100년 전 일본이 저질렀던 만행과 침탈 야욕이 지금도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고 언제라도 일본의 침략을 다시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영화는, 반일감정을 자극하고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일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속 상황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자위대의 위협, 남북한 경의선 개통 같은 정치·외교적 실제상황과 맞물려 공감을 끌어낸다. 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촬영된 해상전과 전투기 출격 장면은 토종 블록버스터로서의 새로운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또, 고종황제의 처소 '장안당', 명성황후의 처소 '옥호루' 등 대한제국 완벽한 복원은 물론 실제와 똑같은 청와대 내부도 볼만하다. 하지만 시종일관 쏟아내는 직설적인 대사와 캐릭터들의 단순한 대립구도 그리고 어설픈 상황 설정으로 인해 이야기는 147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장황하게 늘어진다. 처음부터 느닷없이 대립하는 최민재와 이상현의 관계도 부담스럽지만 후반 이상현의 갑작스러운 변심은 이야기의 밀도를 떨어뜨린다. 또, 최민재 박사가 진짜 국새를 찾는 장면은 너무 작위적이고 어설픈 나머지 일말의 카타르시스마저 앗아가 버린다. 화려한 출연진에 비해 배우들의 정형화된 연기도 흠이다. 강우석 감독 특유의 직설 화법이 침체된 한국영화계에 구원투수가 되어 줄지는 의문이다.

강우석 감독과 장진 감독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KnJ 엔터테인먼트의 창립작 <한반도>는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을 통해 7월 13일 개봉된다.

2006.06.26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