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억과 치유에 관한 미스터리한 영화

영화 <거미숲>은 의문의 살인사건을 목격한 방송국 PD 강민(감우성 분)이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뒤,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기억을 더듬어 가는 과정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거미숲을 제보한 묘령의 여인 수인(서정 분)을 만나 잃어버린 기억과 사건의 진실을 알아간다는 내용의 미스터리 드라마로, 사랑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간직한 한 남자의 슬픈 비극과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미스터리한 구조와 탄탄한 드라마로 담아낸 독특한 색깔의 영화.

영화는 혼란스러운 강민의 의식을 따라 전개되고 살인사건의 비밀을 풀어 가는 과정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 한 남자의 감정변화에 시선을 집중한다. 현재와 과거, 현실과 판타지가 뒤섞인 시간적 구성과 낯설고 비밀스러운 '숲'이라는 공간 속에서 드러나는 비밀은 미스터리한 구조를 더욱 탄탄하게 받쳐준다. 또한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한 감독의 깊이 있고 안정된 연출력과 강렬한 화면, 인상적인 음악이 더해져 영화적 재미를 전달한다.

반면 미스터리 구조를 이끌어 가는데 있어 탄력적인 호흡을 보여주지 못해 박진감은 다소 떨어지며 각 사건에 대한 치밀한 설명도 부족해 미스터리 장르로서는 미흡한 점이 엿보인다. 한편 극중 감우성과 강경헌의 파격적인 베드신과 감우성의 잔인한 살해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오크필름의 창립작품 <거미숲>은 청어람의 배급을 통해 9월 3일 개봉된다.

2004.07.07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