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 관한 3부작

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예사롭지 않은 제목처럼 의미심장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영화 내내 지루하지 않게 이끌러가고 있다는 것이 힘이다. 모범생으로 신학생의 도리를 지키는 수현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 강우을 알게되면서 스스로가 혼돈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가 옛 여자친구 수아의 결혼소식을 접하면서 더욱 혼란스러워 하는 가운데 결국 성직자의 길을 포기하려한다. 그러나 학장신부로부터 권유로 수도원 생활을 하면서 수아와 닮은 헬레나 수련수녀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상처를 천천히 베어나가게 된다. 카메라는 천주교 사도들의 모습을 통해 '종교'를 떠나 '인간'그 자체로서의 삶을 세밀하게 따라간다. 앙상한 포도나무와 너무도 조용하고 황량한 들판에서 어떠한 전통, 어떠한 학습, 어떠한 제한된 삶-그것이 종교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인물들의 눈빛과 흔들리는 화면으로도 충분히 표현해내고 있다. 특히 신예 서장원의 한층 성숙된 연기를 돋보인다. 전작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군대에 적응하지 못한 사병으로 젊은이들의 자화상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의(종교) 신념과 개인적 욕망 사이에서 젊은 영혼이 방황하는 신학대 학생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2006.10.15 / 코리아필름 조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