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숙한 구미호 가족의 인간되기 프로젝트

‘엽기 뮤지컬 코미디’라는 독특한 장르를 내세운 <구미호 가족>은 천년이 되는 날 인간의 싱싱한 간을 먹으면 진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부푼 기대를 품고 도시에 나타난 어리숙한 구미호 가족이 인간이 되기 위해 벌이는 한바탕 소동극을 담았다. 고전적이고 익숙한 소재인 '구미호'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구미호를 ‘가족’ 단위로 묶었다는 점이 흥미로우며,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그래서 위험한 장르인 뮤지컬을 접목한 시도가 돋보인다. 구미호라는 것이 들킬까봐 전전긍긍하고 인간의 간을 얻기 위해서는 오히려 인간을 살려내야 하는 구미호 가족의 아이러니한 상황과 영화 곳곳에 배치된 엽기코드가 웃음을 끌어내지만, 가장 중요한 뮤지컬을 이야기 속에 녹여내는 데는 실패했다. 특히 인간 세상에 대한 풍자를 담은 재미있는 가사에 비해 배우들의 춤과 노래가 미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결국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배우들의 조합에 대한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다.

올 추석 개봉작 중 유일한 신인감독 영화인 <구미호 가족>은 15세 관람가로 오는 9월 28일 개봉된다.

2006.09.19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