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은 없지만 캐릭터는 있다.

아마 베이시스의 노래제목이었을 거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어렵지 않게 노래의 멜로디가 입가에 머무는 것처럼, 이 영화도 새로움보다는 익숙한 즐거움으로 눈가에 머문다. 쉽게 생각하면 익숙한 즐거움이라 편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조금은 아쉽다.

바로 인은아 작가와 모지은 감독 때문이다.
하드고어스릴러 장르를 건넜던 인은아 작가에게 새로운 로맨틱코미디를 내심 기대한 것이 무리수였을까, 시나리오의 흐름과 인물들의 구성은 깔끔하지만 전형적인 장르의 특성을 벗어나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노련한 복서의 방어전처럼 새로움과 도전보다는 안전한 방어를 택한 듯 무리 없이 능숙하게 움직인다.
첫 장편영화와 더불어 젊음이라는 타이틀까지 빛나고있는 모지은 감독에게도 새로움은 보이지 않는다. 젊은 혈기가 보이지 않는 영화이다. 도전이라는 이름에, 조금은 거칠어도 생생한 냄새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미려한 로맨틱코미디의 모습을 흐트러짐 없이 잡아내려는 기성감독 같은 모양새이다.

인은아 작가와 모지은 감독은 젊은 영화보다는 안전하게 예쁜 영화를 선택했다.
두 사람이 만나서 연인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무리 없이 예쁘게 담아내는데 성공적이고, 무엇보다도 김효진(신은경)이라는 캐릭터를 확실하게 살려놓는다. 그녀가 보여주는 미혼여성의 조금은 공허하고 외로운 일상과 내면을 실제처럼 친근하게 담아내고, 슬랩스틱코미디의 전형처럼 망가지는 그녀에게서 안쓰러움과 사랑스러움이 동시에 넘쳐난다. 덜렁거리고 조심성 없는 김효진은 화면을 누비면서 밉지 않은 원맨쇼로 화면을 채색한다. 상대적으로 원맨쇼가 자주 범하는 실수처럼 김효진의 상대역 박현수(정준호)의 캐릭터는 밋밋하고 싱거워서 김효진을 위해서 축소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영화의 장점은 로맨틱코미디에 적절한 깔끔하고 예쁜 화면, 그리고 김효진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즐거움이다. 이쯤이면 새로움이라는 단어는 무색하지만, 나름대로 로맨틱코미디의 소임은 하는 듯 하다.

젊은 혈기가 뿜어내는 풋풋함은 없지만, 로맨틱코미디영화로서의 즐거움은 가득하다.
가벼운 인물들의 즐거운 사건들은 넘쳐나고, 영화를 잡아주는 김효진의 캐릭터는 살아있다. 특히 여성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매력적인 김효진을 만나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즐겁다. 때론 매력적인 캐릭터가 영화전체를 살려놓기도 하니까 말이다. 마법처럼 말이다.

인은아 작가와 모지은 감독에게 걸었던 기대치가 충족되지는 못했지만, 편안한 로맨틱코미디영화로서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는 누군가를 만나도 괜찮을 듯한 모습이다.

코리아필름 정조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