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위해 오늘도 달리는 40살 기봉이의 치사랑

2003년 KBS 인간극장을 통해 소개된 엄기봉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맨발의 기봉이>는 어릴 때 앓은 열병 때문에 8살 지능에 머문 40살 노총각 기봉씨(신현준 분)가 팔순 노모(김수미 분)의 틀니를 마련하기 위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는 내용의 휴먼드라마.

남해의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시골 '다랭이' 마을에는 어려서 열병을 앓아 나이는 40살이지만 지능은 8살에 머문 때묻지 않은 노총각 기봉이 산다. 기봉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것은 엄마, 제일 잘하는 것은 달리기이다. 동네 허드렛일을 하면서 얻어오는 음식거리를 엄마에게 빨리 가져다주고 싶은 마음에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집으로 뛰어가 따뜻한 밥상을 차리는 그를 보고 동네 사람들은 '맨발의 기봉이'라고 부른다. 엄마를 위해 달리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달리기 하나만은 자신 있었던 기봉은 우연히 그 지역에서 열린 달리기 대회에 엉겁결에 참여하게 되고 당당히 입상까지 한다. 한편, 노환으로 이가 빠져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해 매일같이 체하는 엄마를 보고 안타까워하던 기봉이는 우연히 틀니라는 것을 보고 엄마에게 틀니를 해드리라 결심한다. 그러던 중 백 이장은 마을을 자랑거리를 만들고 싶어하던 차에 마라톤대회 소식을 듣고 기봉이를 '전국 아마추어 하프 마라톤대회'에 내보내기로 하고, 기봉이의 트레이너를 자처하며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간다. 기봉이 역시 엄마의 틀니를 위해 매일 동네를 달리며 연습에 매진하고 심장이 좋지 않음을 안 백 이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다.

정신지체를 앓고 있고 있는 마흔 살의 노총각 기봉씨가 팔순 노모를 위해 고깃국이 식을까봐 뛰어다니고, 어눌한 몸짓으로 달리기에 나서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감동적이다. 특히 기봉이란 인물의 때묻지 않은 순수하고 따뜻한 심성과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에 대한 깊은 효심은 가슴을 울리게 한다. 비슷한 소재의 <말아톤>이 어머니의 내리사랑을 그렸다면, <맨발의 기봉이>는 그 반대의 치사랑을 보여준다.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어울려져 소박한 휴먼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일기예보, 카메라, 빨래 널기 같은 다큐멘터리에서도 소개된 실제 에피소드와 기봉씨의 어눌한 말투와 대사 처리를 위해 틀니를 착용하는 등 외모에서부터 확실한 변신한 시도한 신현준의 해맑은 웃음과 연기가 잔재미와 웃음을 선사하지만 이야기의 짜임새가 떨어지며 주변인물들의 관계도 밀도 있게 그리지 못해 깊은 울림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기봉이로 인해 마을사람들이 하나가 되고 기봉을 괴롭히던 여창이 기봉에게 동화되면서 서먹했던 아버지와의 관계가 회복된다는 엔딩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웃음을 끌어내기 위한 설정은 다소 작위적이다. 떨어진 등번호를 찾아주기 위해 달리다가 얼떨결에 1등을 하고 훈련도중 산 정상에서 자장면을 시키는 장면 등은 영화의 사실성마저 떨어뜨린다. 엄기봉씨 역할로 신현준이 적격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신현준의 과장된 연기가 자연스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TV의 감동이 스크린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는 쇼박스의 배급을 통해 4월 27일 개봉된다.

2006.04.19 / 코리아필름 김철연 기자